베일 벗은 '환자안전법'…인식 전환 시급 '병·의원'
오제세 의원 발의, 의료사고 패러다임 예방으로 전환 계기 마련
2014.01.19 20:00 댓글쓰기

환자안전법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사진]은 환자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환자안전법)을 17일 대표발의했다. 법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지 9개월만이다.

 

오 의원이 발의한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사후대처에서 예방적 차원의 대응으로 패러다임을 옮기는데 초석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사후대처 위주로 대응해 왔다. 이런 탓에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 지침이나 안전보고 체계가 있어도 인지도가 낮아 오류 재발방지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법안은 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져 2월 중점 처리 법안으로 다뤄진다. 환자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안전체계 구축 필요성에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환자 안전사고 자율보고…보고자에 인센티브 부여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가장 큰 쟁점 대상이었던 보고체계는 ‘자율보고’로 규정했다.

 

자율보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있다. 환자안전 사고를 일으킨 사람은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자율보고를 한 경우 보건의료관계법령에 따른 처분이 감경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물론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환자안전 사고는 제외된다.

 

보고자 보호 장치도 뒀다.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보고자에게 그 보고를 이유로 해고, 전보 등 그 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해서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 만일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자율보고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이 보고한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정보를 조사·연구 또는 공유하는데 필요한 보고·학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환자안전사고 현황정보를 보고 받는 복지부의 권한도 명확해졌다. 복지부는 자율보고를 한 보건의료인과 해당 보건의료기관의 의사에 반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또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환자안전사고를 제외하고는 보고학습 시스템이나 환자안전사고 보고에 따라 수집된 자료나 정보는 증거로 할 수 없도록 했다.

 

환자안전사고의 정보 수집·분석 및 통지 등의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직무 외의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복지부 내에는 국가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환자안전사고 보고내용의 분석결과 공개와 활용 등 환자안전증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 역시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환자안전의 질 향상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환자안전전담인력을 두도록 의무화했다.

 

만일, 전담인력을 마련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어기면 의료업이 정지당하거나 개설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를 대신해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3회까지 낼 수 있다.

 

'환자안전법=종현이법'

 

환자안전법은 정종현 군의 어머니 김영희 씨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약 4년 간 쏟은 정성의 결과물이다.

 

환자안전법 제정이 사회적 의제가 돼 오제세 위원장에게까지 전해지게 된 것은 2010년 5월 백혈병을 앓던 9살 정종현군이 항암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정종현 군은 레지던트 1년차였던 의사가 척수내강에 투입해야 할 ‘시타라빈’ 대신 정맥에 주사해야 하는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실수로 주사해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정종현 군의 어머니 김영희 씨는 제2, 제3의 종현이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 제정운동에 나섰다. 2012년 8월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1만명 문자청원운동’를 전개했고, 작년 4월 오 위원장에게 환자안전법 제정을 청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안전법 특징은 환자안전사고 예방활동의 주체를 의료기관 직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동안 객체에 불과했던 환자나 보호자도 포함시켰다는 것”이라며 달라진 환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환자안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환자안전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돼 시행되면 그만큼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병원 내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통계가 전혀 없다. 다만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가 2012년 외국의 연구결과를 참조해 우리나라도 한 해 동안 예방가능한 병원내 안전사고 사망 환자수가 1만7000여명에 이른다고 추정치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6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3배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좋은 약으로 환자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야 할 환자가 병원에서 안전사고로 죽는 불행할 일을 막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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