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사로잡은 서울아산병원
2011.06.20 22:30 댓글쓰기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페르시아만에 둘러싸인 중동국가 카타르가 한국 의료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일 카타르 알 카흐타리 보건장관과 상급종합병원 하마트 의료법인 관계자 등 10여 명은 서울아산병원의 암센터와 장기이식센터, 건강증진센터 등을 견학했다. [사진]

카타르는 국민 1인당 GDP가 7만 6168달러로 세계 3위인 부국이지만, 연간 1000여 명의 국민이 국외 원정 치료 길에 오를 정도로 의료시스템이 취약하다.

이에 카타르 정부는 2030년까지 중동지역에서 최고의 국가가 되기 위한 ‘카타르 비전 2030’이란 국가 발전 계획을 수립, 의료시스템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2011년~2016년 일차년도 과제로 선정했다.

이번 카타르 알 카흐타리 보건장관 일행의 방문은 2020년 카다르 월드컵을 앞두고 의료시스템 발전과 개혁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라 글로벌 의료 협력 기관을 물색하는 가운데 진행돼 눈길을 끈다.

"한국 의료시스템 놀라운 수준”

카타르 보건장관 일행은 서울아산병원 곳곳을 둘러보며 카타르 의료시스템에 도입할만한 요소들을 눈여겨봤다.[사진]

카타르 알 카흐타리 보건장관은 “서울아산병원을 통해 접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교육ㆍ연구 프로그램은 놀라운 수준이다”면서 “특히 이 모든 것이 20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발전됐다는 사실이 의료 시스템 구축이 당면 과제인 카다르에겐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심장과 암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의료 시스템에 관심이 간다. 이런 통합 의료 시스템을 카타르에도 도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0년 민간종합병원이 처음으로 등장해 2006년 들어서야 5개의 국립종합병원이 설립될 정도로 카타르의 의료는 1차 진료에 집중돼 있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의료 환경 탓에 카타르에서는 암과 선천성 심장병, 장기이식 등과 같은 중증질환을 자국에서 치료하지 못해 국외로 치료하러 가는 횟수가 연 1000여 건에 달하며, 이들에게 지급하는 치료비용이 연 15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카타르 정부로서는 자국에서 이러한 중증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인 셈이다. 카타르 정부는 3~4년 안에 병상 규모를 인구 1000명당 1.7개 병상에서 4.4개 병상까지 늘린다는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경제는 부유하지만, 의료시스템이 부족한 카타르에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룬 한국 의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이번 방문엔 카타르 유일의 보건의료법인이자 자국 내 최고 수준의 상급종합병원인 하마드 의료법인의 의료진과 실무자도 함께 방문했다”면서 “서울아산병원과 자국 병원의 협력방안에 대해 실제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카타르 보건당국 일행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회의를 통해 단기간 내 이뤄진 의료 성장의 배경 및 원동력 벤치마킹 방안과 장기이식ㆍ심장ㆍ종양 등 3개 임상 의료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대형병원 운영을 지원하는 IT시스템과 협력체계 등을 도입하고, 카타르 의료 인력의 수준 향상을 위해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정신 전 원장의 야무진 민간외교

이번 카타르 보건당국 일행의 방문은 어느 한순간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들의 방문은 지난 2010년 카다르 보건의료분야 최고 의결기구인 보건최고위원으로 선정돼 카타르 보건의료정책 결정에 일조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이정신 전 원장[사진]의 소개로 이뤄졌다.

카타르 알 카흐타리 보건장관은 “이정신 보건최고위원 덕분에 한국과 서울아산병원에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 “한국이 IT나 장비 개발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받아 한국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정신 전 원장이 민간외교를 톡톡히 수행한 셈이다.

하지만 이정신 전 원장은 “개인적인 성과가 아니라 한국 의료 발전이 세계적으로 소문난 덕분”이라며 손사래 쳤다.

그는 이어 “카타르 정부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을 유력한 협력국가 후보로 선정한 상태였다”면서 “나는 이들에게 한국도 20년 전에 똑같은 고민을 했던 국가이며, 돕는 것을 즐기는 민족이라는 소개를 한 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신 전 원장이 한국 방문을 주선할 당시 카타르 정부는 종교국가인데다 도시국가이기도 한 싱가포르를 자국 의료시스템 구축의 본보기로 점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신 전 원장이 막판에 카타르 정부를 사로잡은 셈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이정신 전 원장의 노력 덕분에 카타르 보건장관은 자국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 기관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신 전 원장은 “카타르 정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의 IT 기반 병원 운영 시스템과 한국의 통합의료시스템에 매우 놀라워했다”면서 “이번 방문으로 자국의 의료 시스템 구축 협력 기관으로 서울아산병원을, 그리고 한국의 통합 의료시스템을 선행 모델로 삼겠다고 마음을 굳힌 듯하다”고 귀띔했다.

카타르가 글로벌 의료시스템 협력 기관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선정하면, 이들은 가장 먼저 IT 기반 병원 운영시스템 도입과 자국 의료진 교육을 위한 협력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타르 알 카흐타리 보건장관은 21일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진수희 장관은 카타르 알 카흐타리 보건장관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 기관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한국의 통합 의료 시스템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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