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보건노조, 정치권이 지역의료 불균형 현상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두고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저수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고, 보건의료노조 등에선 안정적인 의사인력 공급을 위해서는 국립의전원(공공의대) 설립이 필수라고 맞섰다.
공공의대 설립 공청회는 의협과 보건노조, 여당과 야당 사이 견해차만 확인된 가운데,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은 서남의대 사례를 들며 “부실 의대가 설립됐을 때 피해는 국가적으로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피력하기도 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공의대 공청회에서는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둘러싼 여야 의원 및 의협, 보건노조 등 이해관계자 간 공방이 오갔다.
우선 지역의료 불균형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여야와 이해관계자 등은 공히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지만 방법론에 들어가서는 견해 차이가 확연해졌다.
의협은 저수가,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 해소를 선결과제로 꼽았다. 반면 보건의료노조, 이종구 前 서울대의과대학 교수, 김윤 서울대의과대학 교수, 나영명 보건노조 정책실장 등은 안정적인 의사 공급과 관련해 공공의대 설립 순기능을 강조했다.
우봉식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코로날19 확진자 중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감염병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 치료가능 사망률 지역 편차, 특정 진료분야 인력 부족 등 때문에 공공의대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배척했다.
이와 함께 일본, 대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공보건장학제도 등을 실패 사례로 규정하며 공공의대 설립에 선을 그었다.
우 소장은 “일본 의사들 사이에서 자치의대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지원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국 의대서 선발 운영하는 ‘지역정원제도’가 시행됐으나 최근 지원자가 22개 의대에서 20% 이상, 161명의 정원이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 핵심은 저수가이고, 두 번째가 의사 형사처벌 문제”라며 “이런 게 해결돼야 필수의료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노조는 필수공공의료 마비 상태 해결, 공공의료기관 인건비 부담 악순환, 공공보건의료 강화, 안정적인 공공보건의료인력 확보 등을 내세우며 맞섰다.
특히 공공의대 설립이 가장 빠른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배치 방안임을 확실히 했다. 공공의대가 설립되더라도 15년 이상 소요된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 대응했다.
나 실장은 “임기응변식 단기처방책만 내놓는다면, 국가 공공보건의료정책 수행에 필요한 전문 의료인력 양성·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국립의전원 설립 시 10년 이내에 국가 고공보건의료정책 수행에 필요한 전문 의료인력 200명을 양성·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거점병원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중앙의 국립병원 및 권역 국립대병원과 진료·교육수련 등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립병원이 지역거점병원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한 우수한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첨예한 여야 입장차, 신현영 의원 “서남의대처럼 부실의대 설립 시 국가적 피해”
공공의대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도 재확인됐다. 야당 의원들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제시했고, 여당 의원들은 공공의대 설립으로 인한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의사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부실의대 설립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강조하면서 우려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우 소장이 ‘일본 실패 사례’에 대해 “타 국가와 비교해서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며 “질(質) 좋은 의료인력을 갑자기 양성할 수 있나. 절박하고 어려운 곳에 사명감 있는 분들을 투입해야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지역에서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는지 등은 지역 소멸 관련해 핵심”이라며 “의료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빅5라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1명을 모집하는데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며 “공공의대 지역 연고 등으로 해결되 게 아니라는 증거”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공정책 수가, 지역별 의료체계 확립, 지역 의료기관의 서비스의 질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며 “전국이 1일 생활권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에 신 의원은 서남의대 폐교를 사례로 들며 “의과대학 신설을 제대로 기획돼 설립돼야 한다는 경험적 교훈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 40개 의과대학에서 의료공공성이나 지역사회 의료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 했는데, 공공의대 설립으로 극복할 수 있겠냐”고 우려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