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기획 1]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의료계도 그의 의료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윤 당선인 의료공약은 공공의료 강화와 관련해서 ‘민간병원 동원’을, 의료전달체계 왜곡과 관련해서는 ‘일차의료 경쟁력 제고’ 등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된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오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당선 인사를 시작으로 당선인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그는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 이익과 국익이 국정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하고,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당선인이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로 선택 받으면서 의료계 관심은 그의 보건의료 공약으로 쏠리게 됐다.
의료인력 확대·저수가·필수의료 기피현상 ‘공감’
윤석열 당선인은 올해 초 데일리메디와의 신년대담에서 의료인력 확대, 간호법, 원격의료, 의료전달체계, 저수가, 필수의료 기피현상 등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이 중 의료인력 확대, 간호법, 저수가, 필수의료 기피현상 등에 대해 공감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로서는 의료인력 확대, 간호법에 대한 윤 당선인의 언급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인력 부족은 가중됐을 것”이라며 “다각적이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준비된 의료인력 수급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공공의료 강화라는 대전제에 대해 “설립 주체가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핵심이 아니다”며 “필요시 민간병원을 원활하게 동원할 수 있는 의료체계 확립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기에 정부가 보상기전을 마련한 가운데 ‘동원’을 얘기한다면 의료계도 환영하겠지만, ‘의료=공공재’라는 인식이라면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을 논의해야 할 의정합의에 대해서도 “이해 당사자와 논의해 사회적 합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에는 날을 세웠다. 문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그 대안으로는 소규모 의료기관 지원을 통한 지역 의료서비스 수준 강화를 제시했다.
윤 당선인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보장성 강화 목표는 실패했다”며 “대책 없이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 소규모 의료기관을 지원해 의료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주치의제 도입 등 다양한 모형을 적용할수 있게 해서 일차의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해결 1순위로 꼽고 있는 ‘저수가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윤 당선인 “의료수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건강보험 재정이나 코로나 상황 등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진료과 기피현상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진료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각도에서 보다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요구사항 배치…윤 당선자 정치력 ‘시험대’
한편 윤석열 당선자에 보건의료계 청구서가 잇따르면서 각 직역 간 배치되는 요구사항을 조율하는 ‘정치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의사인력을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한의약의 보건의료정책 편입 등을 사이에 둔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 간호법 제정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화를 둔 대한간호협회와 간무협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하나 같이 윤 당선자의 ‘정치력’이 필요한 주요 현안이다.
정영호 병협 회장은 데일리메디 특별기고를 통해 지속적인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의료공급 인프라 구축 방안으로 의사인력 양성 방안을 꼽았다. 정 회장은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적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부응하는 의사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의 도화선이 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과도 동 떨어질 수 없는 이야기다.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이필수 의협 회장도 마찬가지 기고에서 코로나19 시기 의사들의 사기를 꺾지 않기를 당부했다.
그는 “그동안 정책은 우리나라 의료현시로가 다소 동 떨어진 내용이 많았다”며 “의협 등 전문가 단체와 충분히 논의나 소통 없이 일부 학자들의 잘못된 시각에 의존한, 의료현실과 맞지 않은 정책이 지속적으로 행해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와의 사투를 거론하며 “의료인들의 헌신과 노력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과 존중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현대 진단의료기기 활용과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사이에 둔 의협과 한의협 간 대립도 눈에 띈다. 대선 이전부터 대립해 온 양측의 갈등은 윤 당선자를 계기로 확전 양상을 보인다.
한의협은 윤 당선자에게 ‘보건의료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달라고 했다. 특히 한의사의 현대 진단의료기기 활용,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한의 비급여 실손보험보장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내용들은 의협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의협 전임 집행부 시절부터 구성된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협 한방특위)에서는 첩약 시범사업에 대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간호법 제정과 간무협 법정단체화 등을 둘러싼 간협과 간무협 간 출구 없는 갈등도 관심이다.
간호법 제정을 목표로 경주중인 간협은 의협·간무협 등 10개 단체와 대립 중이다. 간무협은 법정단체화와 간무사 전문대 양성 제도화 등이 받아들여진다면 간호법 제정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지만, 간협은 이마저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간무협 법정단체화와 관련된 논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있었으나, 간협 반대에 부딪혀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넘지 못했다.
간협은 논평을 통해 “약속한 간호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지와 독려를 해달라”고 했으나, 간협-의협·간무협 등 10개 단체와의 갈등이 풀리지 않은 이상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간무협도 “윤석열 정부에서 간무사 전문대 양성과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이 꼭 이뤄져 일하면서 배울 수 있고, 노력하는 기회를 보장 받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처방 의약품 배달 플랫폼과 갈등 중인 대한약사회는 “약제 서비스 등 보건의료분야가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미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활동 중인 닥터나우 등 업체와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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