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를 국정과제로 지목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국립대병원장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율배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의료 수행 및 보건의료 사업 추진은 물론 코로나19 재확산 대응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동남권 대표 의료기관인 부산대학교병원의 경우 지난 4월 2일 이정주 前 병원장 퇴임 이후 수장 공석 사태가 벌써 4개월째 접어들었다.
앞서 부산대병원은 임기 만료 90일 전부터 후임 병원장 후보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고, 3월 7일 이사회에서 흉부외과 김영대 교수와 정성운 교수 2명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는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새정부 출범 이후 신임 수장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도 병원장 임명은 감감무소식이다.
부산대병원 정관에 따라 진료부원장인 정성운 교수가 직무대행을 맡아 수 개월째 병원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병원장 임명도 관심사다. 새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장 역시 신임 수장 임명이 지연됐다.
신임 서울대병원장 선출 역시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차질을 빚었다. 절차대로라면 제19대 병원장 선출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은 새정부에서 하는 구조였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병원장 선출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을 미루며 새정부 출범을 기다려 왔지만 장관 임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울대병원장 선출도 미뤄졌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천신만고 끝에 당초 일정보다 5개월 가량 늦은 지난 10일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와 대장항문외과 정승용 교수 2명을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무순위로 이들 2명의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게 된다. 대통령은 교육부에서 올라온 2명의 후보 중 1명을 최종 임명한다.
김연수 병원장 공식 임기는 지난 5월 말 종료됐지만 서울대병원 정관에 따라 ‘직무대행’이 아닌 자동 임기 연장 방식으로 석달째 병원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언제 이들 국립대병원장 임명을 단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매섭고, 주무부처인 교육부 장관이 여전히 공석 상태인 만큼 해당 병원들은 하염없는 기다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병원장 선출 작업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최종 임명은 기약이 없다”며 “부산대병원과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국립대병원장의 잦은 공석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시도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장기간 공석인 국립대병원장의 임명을 신속히 하는 내용의 국립대병원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국립대병원장은 이사회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이 임명하지만 교육부가 명확한 사유 없이 신임 병원장 임명을 지연시키면서 병원장 공석 상태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이종배 의원은 이사회 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임명토록 하고, 임명하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지체 없이 해당 이사회에 통보하도록 법을 개정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