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민간위탁 추진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정부 기조에 따라 전국 공공기관 구조조정 및 통폐합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서울시는 공공보건의료 정책 기관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렸다.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과 서울의료원의 통폐합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행정안전부의 지방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후속조치다.
재단은 메르스 사태 이후 서울시가 시립병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2017년 출연해 설립한 기관인데, 그간 기능이 중복되고 연구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보건의료노동계 및 시민사회는 "아직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도 않았다. 구조조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서울의료원 내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시 행정만으로는 감염병 대응이 부족했기에 서울 공공보건의료 전체를 관리할 전담 조직을 만든 것이다"고 지적했다.
재단 성과가 적었다는 명분에 대해서는 "지난해 재단은 코로나19 총력대응 및 경영평가에서 나 등급을 획득했다"며 "설립 5년 만에 타당성과 성과를 입증한 우수기관을 통폐합하는 근거가 없다"고 일침했다.
비단 이번 통폐합 조치는 서울시 공공의료 뿐 아니라 전국 공공의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본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본부는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은 전국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롤모델이자 지향점이 되고 있어 대한민국 전체 공공의료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의무화에 의사들 반발
앞서 경상북도, 충청남도 정치권 등에서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는 구상이 나온 가운데 성남시에서는 '위탁 의무화'가 추진되며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성남시 정용한 의원(국민의 힘) 등은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의료원 운영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학병원 등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의료법인·비영리의료법인 등에 위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성남시의료원이 개원 3년차가 됐지만 유능한 의료진 충원에 실패, 진료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는 명분에서다.
실제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신경외과 의사가 전무하고 응급의학과 의사도 절반이 사직해 인력 공백이 심각한 상태인데,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성남시와 시민단체, 노조, 의료원 의사들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성남시의료원 의사 노조는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조례 개정이 추진될 경우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의사 노조는 "신상진 성남시장은 의료원 설립운동 초기부터 대학병원을 염두에 두고 위탁을 추진해왔지만 이번에 민간병원 전체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공공병원인 국립대병원도 아닌 민간병원 위탁은 동의할 수 없다"며 "수천억이 들어간 시민 재산을 민간에 공짜로 팔아먹는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의료원은 개원 초기 코로나19 대응에 모범을 보였지만 경영진 무능과 독단으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위탁에 따른 부작용을 되돌릴 수 없는 의무화, 영구 위탁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