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중증환자 급증하지만 수술 의사 급감, 단순히 수가 만으로 해결 불가"
"필수의료 붕괴는 이미 전조 증상 시기를 지났다. 단순하게 수가를 조금 올리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대한외과학회는 3일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 유지'를 주제로 한 정책 세션을 마련하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외과학회 임원진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필수의료를 주요 의제로 삼고 외과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
이우용 이사장은 "응급수술의 80% 이상을 외과의사가 할 정도로 필수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외과를 선택하는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과거 의사가 연간 2000명이 배출됐을 당시 200명 정도가 외과를 선택했으나, 연간 배출되는 의사가 3500명으로 늘어난 현재 외과를 선택하는 수는 130명에 불과하다.
이우용 이사장은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경우 출생이 줄어들어 환자가 줄어들지만, 중증 고령환자는 늘어나고 있음에도 수술을 담당할 외과의사는 줄어든다"며 "지금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10년 뒤에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회장도 "후학들에게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외과를 선택해 달라고 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도 민망한 수준이 됐다"며 "좀 더 적극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외과의 열악한 현실을 강조했다.
수가 정상화·의료과실 처벌 사안 등 해결돼야 '필수의료 소생' 가능성
이우용 이사장은 외과 분야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수가 정상화 ▲근무환경 개선 ▲의료과실 처벌문제 개선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제시된 해법들은 동시에 진행돼야 하며, 한 가지씩 해결해서는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이사장은 "외과 수술은 원가의 80%에도 못 미친다. 수술을 할수록 적자인 만큼 최소한 수가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도 사람인 만큼 워라벨을 지켜주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열정페이로 힘든걸 하라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수술실에 곧 CCTV가 설치되고, 수술을 하다가 실수를 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외과의사를 하려고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승용 학술이사는 "서울대병원 야간응급수술에서 외과가 차지하는 비율이 90~95%를 차지하고 있다"며 "외과를 간과한다면 이번에 벌어진 이태원 사건 정도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대한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수의료 붕괴를 염려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분주하게 움직여야할 보건복지부 대처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있다는 것이 외과학회의 분석이다.
홍석경 대한외과학회 분과전문의관리이사는 "어느 정도 안(案)이 나왔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필수의료와 관련된 협의체는 두차례 진행된 것이 전부"라며 "초안도 나와 있지 않은 상태인데,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와 관련해 의협·병협과 협의체를 만들어 과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가 운영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대한 내용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지에 대해 의료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