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신임 병원장 반려 사태를 맞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재선거에 나설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모습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 의중이 확고하게 전달된 상황을 놓고 예비후보들의 물밑 셈법이 분주하게 가동되는 가운데 어떤 후보가 지원서를 접수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학연 등으로 얽혀 있는 교수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일단 최종후보였던 박재현 교수(마취통증의학과, 1987년 졸업)와 정승용 교수(외과, 1989년 졸업) 재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임명권자로부터 재가받지 못한 후보의 출마 제한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이 임명 의향이 없음을 천명한 만큼 재출마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이들 후보와 경쟁을 벌였던 나머지 3명의 후보들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치러진 제19대 서울대병원장 선거에는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 1984년 졸업), 김용진 교수(순환기내과, 1992년 졸업), 한호성 교수(외과, 1984년 졸업) 등이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재출마 여부를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힌 교수는 없는 상황이다.
먼저 권준수 교수는 지난 선거에서 박재현, 정승용 교수와 함께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최종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제18대 선거에 이은 두 번째 도전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권 교수는 뇌과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맡으면서 임세원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서울대병원에서는 홍보실장, 미래전략본부장, 교육수련부장, 교육인재개발실장 등을 주요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질 경우 3번째 도전이 된다.
현직 서울대학교 기획처장인 만큼 유력 후보군으로 평가되던 김용진 교수 재도전 여부도 관심사다.
김용진 교수는 지난 제18대 병원장 선거 당시 김연수 교수와 최종 후보 2인에 포함됐지만 임명권자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지는 못했다.
절치부심으로 3년을 기다렸던 제19대 선거에서는 컷오프(cutoff) 통과에도 실패하며 당혹스러운 결과와 마주해야 했다.
김용진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료혁신실장, 대외협력실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간담췌 분야 권위자로 서울대병원장 선거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던 한호성 교수도 재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지난 선거에서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호성 교수는 세계 최초 복강경 우후구역 간엽 절제술과 소아 복강경 간 절제술 등 세계 간암 치료의 지평을 넓힌 인물이다.
대외적으로는 국군수도병원장과 대한외상학회 회장, 대한복강경내시경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분당서울대병원 암뇌신경 진료부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들 교수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직‧간접적 연관성이 있는 교수들도 재조명 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 박도준 교수(내분비내과, 1985년 졸업)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해 의료 분야 조언을 구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에서는 김주성 교수(소화기내과, 1989년 졸업)가 대통령 주치의로 발탁된 것도 박도준 교수의 천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동문들 역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충암고 동문들이 앞서 병원장 선거에 나선 바 있어 흥미를 더한다.
김태유 교수(혈액종양내과, 1986년 졸업)와 방문석 교수(재활의학과, 1986년 졸업)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다.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 부실장, 정밀의료센터장, 암병원장을 역임한 김태유 교수는 경우 지난 2019년 치러진 제18대 병원장 선거에 도전한 바 있다.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을 비롯해 국립재활원장과 현재 국립교통재활병원장을 맡고 있는 방문석 교수는 제16대, 제17대 병원장 선거에 잇따라 출마했었다. 후보 중 가장 젊었던 16대 선거에서 1차는 1등으로 통과했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선거에서는 현직 병원장이었던 오병희 교수와,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서창석 교수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며 선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