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로 소아과 진료를 중단하는 의료기관이 증가하는 사태와 관련해서 젊은 의사들이 일침을 가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가 없다고 상급종합병원 진료체계가 마비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는 기본적으로 의과대학 졸업 및 의사면허 취득 후 약 4~5년 수련과정에 있는 초기 커리어 의사로, 교육적인 측면에서 전문의와 역할을 달리한다.
이들은 보통 시장 가격의 절반 이하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근로기준법을 넘어서는 주당 80시간, 주 2~3회 36시간 연속근무를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전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전공의에게 과도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거나 전공의가 없으면 진료체계 근간이 무너진다고 하는 주장이 왕왕 있어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들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한 최종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다. 기본적으로 전문의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진다"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이 되지 않았다고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마비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전공의가 없다고 진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들은 "某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는 2019년 한 전공의가 주당 113시간을 일하다가 과로사로 사망했다"며 "전공의가 없다면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해야 하지만 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병원은 이에 대해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온전히 병원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사실 병원이 전문의 추가 채용을 할 유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
대전협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은 어떻게 보면 전공의들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며 "지속되는 저출산으로 환아 수 및 의료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소청과 전공의는 전문의 취득 후 개원이 쉽지 않아 많은 일차의원이 폐업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 충분히 채용하지 않는 실정도 전공의 지원율 급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대전협은 "병원도 저수가 및 비급여 영역 부재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청과 전문의 채용을 늘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전문의를 따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취득 후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전문의들이 상당히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수가 돼도 예전처럼 전공의에게 당직을 몰아주는 시대는 끝났다"며 "전국 각지 병원에서 교수들이 당직을 서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있다. 세부전문의까지 수료한 이후에도 인력난으로 혹사당하는 교수들을 보며 전공의는 해당 과목에 미래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전협이 주장하는 소청과 지원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그뿐만 아니다.
대전협은 "기본적으로 소아 진료를 한다는 것은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는 것"이라며 "2018년 한 대학병원의 집단 소아감염 사태는 전공의들에게 이러한 위험 부담을 피부로 느끼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건강한 환아를 진료하는 데도 상당히 노동집약적인 요소가 있는데, 큰 수술을 해야 하거나 심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진료는 더 어렵다"며 "의료인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늘 의료소송을 비롯한 법적 분쟁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