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강애리 기자] # A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B씨는 지난 6일 저녁, 식사도 못하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받았다. 해당 환자의 응급수술을 마친 후에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환자의 혈압이 떨어져 치료에 나선 후 잠시 눈을 붙였다. 다음 날(7일) 새벽 6시 교통사고 환자의 혈압이 떨어져 그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대전협이 파업을 예고한 7시가 되기 한 시간 전이었다. B씨는 중환자실 환자 5명을 살펴보고 교수에게 환자를 인계했다. 파업을 앞두고 꼬박 밤을 샌 것이다.
# C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D씨. 코로나19 검체 채취 야간타임을 배정 받을 때면, 오전, 오후 내내 외래 진료를 하고 새벽까지 환자를 받는다. 이 경우 그가 눈을 붙이는 시간은 고작 30분 남짓. 7일 총파업에는 불가피하게 참여가 힘든 실정이었다. D씨는 동료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에 동참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하루종일 불편했다. D씨 남편은 이날 총파업에 참여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7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을 예고하고 수도권에서만 6000명 이상의 전공의가 여의도 집회에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이유로 집회에 참석하지 못 한 전공의들은 동료 전공의들의 업무까지 떠맡는 등 부담이 커졌으나 오히려 참석자들에 대한 응원 목소리를 냈다.
전공의 B씨는 “나는 모두가 기피하는 과(科)에서 일하지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며 “제발 우리가 파업이라는 형태로 환자를 돌보는 일터를 벗어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 D씨도 “의대생, 인턴 그리고 전공의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에게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내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된 것이다. 불합리라고 느낄지언정 그저 묵묵히 참고 견뎌내는 것이 미덕(美德)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봤고, 나도 따랐다”고 현실의 상황을 고백했다.
이어 “내 남편을 포함한 전공의들이 모두 고생하던 각자의 자리를 잠시 비우고, 선배들이 하지 못 했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먼저 모인다”며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면서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빈자리는 우리가 채우고 있을테니 안전히 수고하고 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렇 듯 7일 총파업에 참여하지 못 한 전공의들은 고된 업무에 불구하고 동료 전공의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면서 한편으로는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 강행에 큰 불만을 피력했다.
SNS서 다양한 퍼포먼스 진행됐고 정부 향한 고강도 비판도 이어져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에 대한 응원도 이어졌다.
앞서 대전협은 총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전공의나 교수들에게 릴레이 성명서 등 응원을 부탁한 바 있다.
총파업에 참석하지 못 한 전공의들은 SNS에서 #덕분이라며 챌린지, #껍데기뿐인 공공의료, #앞에선 덕분에, #뒤에선 입맛대로 등 해시태그를 달며 정부 정책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7일 저녁 6시 기준 500개가 넘는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 상태다.
E 전공의는 지난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배포한 ‘덕분에 배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영상을 올렸다. ‘의료진 덕분에’를 외치던 정부가 의료진을 제외한 채 보건의료정책을 강행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풀이된다.
다수의 전공의는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덕분에 챌린지’를 비꼬면서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SNS상에 게시했다. 덕분에 챌린지는 손바닥 대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의료진에 경의를 표하는 동작인데, 이를 풍자해 엄지 손가락을 거꾸로 뒤집은 사진을 올린 것이다.
F 전공의는 ‘부실의대, 정말 벌써 잊었습니까’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올리면서 하단에는 “의무복무기간 10년 중 5년이 수련기간인데 지방 병원, 특히 기피과에는 수술 건수가 별로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레지던트를 마치고 펠로우를 하고 수년간의 트레이닝과 수천번의 수술을 봐야 겨우 혼자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이제 갓 졸업한 의사를 지방에 보내놓으면 어떻게 제대로 된 의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정부에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