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가장 먼저 투쟁에 나선 전공들의 총파업이 지난 7일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대전협)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의료정책에 반대, 7일 집단 휴진을 강행하며 ‘젊은의사 단체행동’의 일환으로 각 지역에서 야외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각 수련병원 담당자를 통해 집계한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전공의 1만3571명(현원 기준·정원은 1만5304명) 가운데 69.1%에 달하는 9383명이 연가(年暇)를 사용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집회장소였던 여의대로에는 이날 하루 주최측 참석 예상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6000여명의 전공의와 의대학생들이 가득 메워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젊은 의사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시간에 병원을 떠나 이곳에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첫 시작이다. 앞으로 얼마나 힘이 들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하나가 돼 영리하고 치밀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이 돼달라”고 호소했다.
대전협은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근거 없는 의료정책을 지적하며 정부에 4가지 요청사항을 발표했다.
김진현 대전협 부회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보건의료 인력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돼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필요한 전문과목별 전문의 수 추계도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부족하고, 넘치는지 알 수 없다”며 “아무런 기준도 계획도 소통도 없이 진행되는 정책이 혹시나 힘의 논리로 결정됐기 때문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 요구사항은 ▲의대 정원 확충 등 최근 의료정책 이슈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정부의 소통 ▲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전공의와 정부 상설소통기구 설립 ▲국가가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지도전문의 내실화와 기피과에 대한 국가 지원 등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전공의가 인간적인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등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의료계가 힘을 합쳐 끝까지 정부에 대항해야 함을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전공의 및 의대생들이 대단하고 안쓰러운 마음뿐이다”며 “여러분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를 13만명 의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는 근거 없이 의사수가 적다고 주장하며 독단적으로 매년 400명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젊은 의사, 선배 의사 모두 이를 절대 용납하지 말고 강력한 대항의지로 끝까지 항의해 의료계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의 참여도 이목을 끌었는데 집회에 참석한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가 의료계를 절벽까지 몰아붙여 학생까지 거리로 밀려 나오게 됐다”며 “오늘은 우리 투쟁의 결과가 아닌 그저 시작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는 교육에 대한 고려 없는 포퓰리즘 정책뿐이다”며 “이 땅 위에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제대로 된 의료가 바로 잡힐 수 있도록 저희는 교육을 잠시 멈추겠다”라고 덧붙였다.
손팻말 1인시위 등…각양각색 방법으로 총파업 참여
지방의 전공의와 의대생 또한 본인의 상황에 맞게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총파업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날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생들은 병원 본관동 쪽에서 ‘건보료 폭등 초래하는 의대 증원 반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전남대 의대생 160명과 조선대 의대생 151명도 집회나 피켓 시위에 동참했다.
또한 광주‧전남 지역의 전공의와 의대생 등 750여명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젊은 의사 단체행동' 집회에 참석, 대형스크린을 통해 서울 여의도 집회에 동참했다.
전남대병원(본원‧빛고을‧화순)에서 245명, 조선대병원 132명, 광주기독병원 41명 등 총 46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한편, 이날 전공의 대의원들은 집회 후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철야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 대표들은 정책현안과 수련환경, 의료계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며 공공의대 설립 철회까지 파업을 이어가며 총력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