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 주도의 파업이 지난 7일 진행됐지만 향후 단체행동 수위를 놓고서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협은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수준의 단체행동은 현재로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추후 정부와 여당 대응에 따라 단체행동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9일 대전협이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젊은의사 단체행동’과 관련해 올린 공지 글에는 파업 수위 등을 놓고 불만을 터뜨리는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댓글이 대거 달렸다.
“장기간 필수인력 없는 파업이 필요하다”, “14일은 너무 늦다. 더 빠른 시일 내에 파업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보호를 바라는게 아니다. 당장이라도 사직할 의향이 있다” 등 다수의 댓글이 현재 단체행동 수준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공의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자 단체행동의 수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9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극단적 방안보다 대화와 협의에 나서달라”며 “의대정원 확대는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파업 당일에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일선 병원들이 큰 문제없이 운영됐다. 이에 전공의들이 파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환자나 국민들도 많았다.
정부‧여당은 물론 국민과 언론 등이 의료계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단체행동 수위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 분열은 금물" 신중론 속 "환자 피해가는 수준 단체행동 고려 안 해"
하지만 과격한 단체행동이 실제 정책 저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내부 분열은 금물이라는 의견들도 나온다.
한 전공의는 “사직한다고 또는 의대생들이 자퇴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도 뱀처러 여우처럼 영리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공의 역시 “모두가 투쟁이 처음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다”며 “우리끼리 분열하지 말자. 모든 운동의 필패 원인은 분열이었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환자단체들이 의사들 단체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전공의들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실제 대전협 집행부는 단체행동 계획 발표 초기부터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당초에는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가 다시 포함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기도 했다.
대전협은 파업이 확정된 후에는 사전 인수인계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집회에서도 '환자분들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함에 대해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전협 김형철 대변인은 “단체행동으로 환자들 희생이 생길 경우, 의사들 내에서도 분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대전협은 현재로선 의사의 책무를 지키면서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체행동과 관련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최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후에도 정부‧여당이 전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단체행동은 좀 더 강경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