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병원에 입원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와 당사자 처벌 여론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병원과 대구·경북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기 어려워진 환자 모두 고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소화기 증상으로 지난 3일부터 서울백병원에 입원해있던 A씨(78세, 여성)는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백병원 외래와 응급실은 폐쇄된 상태다.
A씨는 외래진료와 입원과정에서 의료진이 수차례 대구 방문력을 물었음에도 대구 거주 사실을 숨겼다. 결국 A씨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 및 의료진 등은 몇일 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서울 소재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은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을 대상으로 내원 일정을 연기토록 하거나 별도로 검사를 진행하며 병원내 감염 위험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내원하는 환자들 가운데 중증이 아닌 환자들에게는 문자 등을 통해 2주 후 내원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안심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환자들에 한해 일반 외래진료 및 입원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대구·경북 방문력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는 먼저 안심 외래에서 진료를 받은 후 일반 외래 진료와 입원이 가능하다.
연세의료원은 좀 더 적극적이다. 대구·경북 지역 환자 중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는 입원 전에 보호자까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하루 동안 1인실을 사용하는 비용의 50%도 병원이 부담한다.
하지만 문제는 병원들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 할지라도 A씨처럼 의도적으로 대구·경북 지역 거주 혹은 방문 사실을 숨길 경우 병원 입장에서는 이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백병원과 같은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구 거주 사실이나 방문력은 환자들의 대답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일부 병원들이 문턱을 과도하게 높이면서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 폐암 4기 환자가 서울 某 병원으로부터 출입금지를 당하는 등 대구·경북 환자들이 타 지역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 거부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서울백병원 입원 중 확진을 받은 A씨도 백병원 입원 전에 다른 병원을 예약했지만 대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 병원 관계자는 “기존 입원해있는 환자들도 있고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에 대한 스크리닝 장치를 아예 없앨 순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건당국은 의료진에 거짓 진술을 하는 환자에게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대구 거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할 것을 예고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재난시 의료인에게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서울백병원) 환자가 처음부터 제대로 (대구 거주 사실을) 말했다면 병원이 상당한 공간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관리지역에서 온 환자의 경우 적절하게 진료를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에서 병원내 감염을 우려해 환자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측면도 있다”며 “대구에서 온 환자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치를 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강립 조정관은 끝으로 “대한병원협회와 이 점에 대해 우선적으로 논의하겠다”며 환자 치료권 보장과 의료기관의 병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