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료기기 규제 완화 vs 안전성 강화
식약처 국감, 관련 현안 집중 조명…의원들 '의료 특수성 고려 기준 높여야'
2014.10.07 20:00 댓글쓰기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는 예년에 비해 제약·의료기기에 대한 질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과 식약처 정승 처장은 인허가 등 각 산업별 규제 수준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 식약처 국정감사는 ‘식(食)만 있고 약(藥)은 없는 반쪽 감사’라는 조소 섞인 평가를 받았다. 일본 원전사태 후폭풍으로 인한 일본산 피폭 수산물을 중심으로 이뤄져 상대적으로 제약·의료기기 관련 감사가 부족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규제완화 정책’이 이슈였다. 제약·의료기기 관리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국민 안전 담보로 제약산업 육성에만 관심?

 

제약 분야에서는 의약품 투여 환자들이 입을 수 있는 부작용이나 약품 안전성 향상, 허가 규제 강화 등이 강조됐다.

 

특히 이날 시선을 끌었던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제기한 ‘희귀난치질환 줄기세포치료제 임상 3상 면제 특혜’ 논란이다.

 

의약품 허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임상 3상시험을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제약사 요구에 따라 면제해주는 것은 국민 안전을 신경 쓰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의원은 “미국, EU, 일본 등 세계 어떤 국가도 아직 치료효과나 부작용 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3상 임상을 면제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 관련 규제를 완화시켜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민 안전을 담보로 줄기세포 기업에게 성장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지난 7월 9일 식약처가 마련한 정승 식약처장과 제조업체 최고경영인(CEO) 간담회에서 한 업체 대표가 “줄기세포치료제 조건부 3상 승인제도를 도입해달라”고 건의한 뒤 1주일 만에 임상 면제 연구사업을 추진됐다.

 

정승 처장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우리나라가 선점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분야”라며 “신약개발과 동일한 수준의 조건으로 개선시켰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의료계에 핫이슈로 부상했던 ‘글로벌 천연물신약 육성 정책 허상’에 대한 민낯도 여실히 드러났다.

 

2000년 이래 14년간 정부 7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 1조원의 거금을 투입한 천연물신약 독려 정책이 당초 예상했던 수익성에 크게 못 미치며 초라한 수출 성적표를 받은 현실이 국감장 내 공개됐다.

 

실제 국내 유수 제약사들이 정부 투자를 받아 순수 기술력으로 개발한 천연물신약은 8개에 이르지만, 해외시장 수출에 성공한 것은 고작 ‘동아제약 스티렌정’ 한 품목에 그쳤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천연물신약은 1조원을 투입해 1억원 매출액을 올렸다”며 “그마저도 해외 선진국에서 신약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발암물질도 검출돼 국내 환자만이 복용 위험성을 떠안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승 처장은 “아직 매출액이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약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정부 투자금이 헛된 낭비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허술한 의료기기 인허가·관리 시스템으로 국민 안전 위협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GMP 심사, 신의료기술평가제, 허위·과대 광고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쉽게도 제약과 마찬가지로 의원들의 질의시간이 길어져 충분한 개선책은 도출되지 못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GMP 제도를 화두로 삼았다. 최근 2년간 미인정·미갱신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기가 총 178건이라는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다.

 

현행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하려는 자는 우선 제조업 및 품목허가(신고)를 식약처장으로부터 받은 후 판매하기 전까지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인정받아야 한다.

 

문정림 의원은 “GMP 제도는 소비자에게 의료기기가 판매되기 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라며 “규정 위반을 반복적으로 일삼는 업체들은 추가 제재를 가하는 등 식약처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최근 정부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신의료기술평가제 개선안’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은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내용이지만 궁극적으로 안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의료기기는 다른 산업과 성격이 다르다. 개선안 이전대로 꼼꼼히 검토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승 처장은 “중복적인 절차를 간소화시켰을 뿐 평가기준 자체를 손 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염려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이 현실성 있게 추진되고 있는지 식약처의 입장을 물었다. 그는 “비전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승 처장은 “국제 기준에 발맞춘 제도 도입을 하는 등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업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목표 달성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민수·이정환 기자 (kms@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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