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처럼 비춰지는 '의료사고특례법' 불편한 의사들
醫, 제정 법안 '명칭' 비판···"특례가 아니라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면책 권리"
2024.08.12 05:58 댓글쓰기

정부가 의료사고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하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이견 속에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특례법이 제정되도 여전히 법적책임이 의료인들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하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하에서 의료사고는 정부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이 지난 10일 주최한 '합리적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특례법에 대한 의료계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례'라는 명칭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격려사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특례가 아니라 의사들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면책 권리"라며 "공공 이익을 위해 일하는 의료인들이 헌법이 규정한 권리까지도 제한되면서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한 의료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를 특례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의사들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용어 사용을 좀 더 세심히 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도 축사에서 "법조계 등에서 '이런 특례를 제정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나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 세계에 특례법이 필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어휘를 만들거나 새로운 제안을 할 때 국민들이 듣기에 어떻게 인식할지, 이것이 의사들 이익이 아니라 국민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진심이 닿을 수 있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책임보험 가입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게 무슨 특례인가"

"의료기관 강제로 건강보험에 동원, 의료사고 법적 책임은 정부에"

"정부 지원 없는 의료배상 책임보험 강제 가입은 필수의료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다"


발제자로 나선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특례법이 양두구육(羊頭狗肉)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민간 의료기관을 강제로 건강보험에 동원해 국가 의무를 대행케 한다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고소 제기를 제한하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료인 부담 경감을 위해 책임보험‧공제 가입 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공소 제기가 불가하고, 피해 전액 보상 종합보험‧공제 가입 시에는 공소 제기가 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책임보험은 가입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면 받을 수 있고, 종합보험은 중상해의 경우 필수의료만 공소권이 없고 일반의료는 처벌받을 수 있는 셈"이라며 "책임보험에 가입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게 어떤 특례를 준다고 말할 수 있는가. 왜 책임보험에 강제로 가입시키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사망 사고의 경우 필수의료만 임의적으로 감면받을 수 있다"면서 "응급의료법에 이미 임의적 감면제도가 있는데 지금까지 판사가 이를 적용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이런 정책으로 정말 필수의료를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박 부회장은 이상덕 춘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021년 의료법학회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의 부당성을 피력했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이행 제공을 위탁받아 수행한 의료기관이나 그에 속한 의료인은 실질적 의미의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국가배상법상 경과실 공무원 면책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연지정제를 통해 전국 모든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개별적인 동의없이 원치 않아도 강제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으로 동원되고 있는데 경과실로 발생한 결과에 대해 막대한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의료계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정부가 지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정부 지원 없는 의료배상 책임보험 강제 가입은 필수의료 살리기가 아니라 필수의료 죽이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주요 국가 의료과실 형사처벌 데이터데 근거해 형사처벌 최소화 정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의료의 질적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의료계가 결코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국민에게 먼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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