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단기간 의료비 억제해도 악순환 굴레'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적정수가 보장이 최우선 과제' 주장
2012.10.05 12:54 댓글쓰기

"강제적으로 포괄수가제만 확대해 나가면 단기간의 의료비 증가는 억제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필수의료행위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확대해 왔던 악순환이 증폭되는 등 의료제도가 더 왜곡될 것이다."

 

7월 1일부터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등 7개의 수술에 대해 병의원부터 포괄수가제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가 대한의사협회 게시판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 교수는 "정작 국민들은 포괄수가제가 어떤 제도인지,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의료비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위암 수술의 경우 의료기관에 따라 평균 수술비가 100만원 수준의 병원이 있는가 하면 1000만원을 상회하는 병원도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기존 의료수가는 개별 의료서비스별로 먼저 산정하고 이를 합산해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행위별수가제였지만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에는 수술 전 검사를 많이 하고 비싼 치료재료를 사용할 경우, 수술비가 증가했으며 반대의 경우 감소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비 증가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포괄수가제를 통해 질환별로 의료수가를 고정해 지불하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산정 방식을 ‘정액제’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는 서비스산업인데 공산품처럼 규격화시키고 가격을 정액제로 통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허대석 교수는 "의료행위는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중증도가 다르고, 의사들마다 진료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정액제로 의료수가를 통제한다면, 동일 질환이라도 합병증이 우려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보다는 원가절감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허 교수는 "비슷한 비용으로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환자들은 규모가 큰 의료기관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병원들이 진료비 원가를 줄이기 위해 수술 후 가능한 빨리 퇴원하도록 요구하거나 값싼 치료 재료를 사용하는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수가 의료정책이 포괄수가제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행위별수가는 물론이고 포괄수가도 선진국의 1/3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로 운영되고 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합병증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의료분쟁을 피할 수 없는 출산의 경우에도 최저 비용만 정액으로 받도록 요구하니 산부인과 전문의중 출산에 참여하는 의사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젊은 의사들중에서 산부인과를 전공하겠다는 의사는 찾아보기 드물다. 지난 20~30년간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비급여 의료서비스 개발이나 장례식장 등 부대시설 투자에 더 집중했던 원인을 생각해보면 의료수가제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의료비를 산정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보다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것은 필수적인 의료행위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가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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