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박정연 기자]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한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에 대한 수가가 최대 14일까지 적용되면서 부정맥 진단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선 보다 비용적 부담 없이 장기 검사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의료기기 업계 또한 환자 부담비용이 감소하면서 접근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선별급여 지정 및 실시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이 2월 1일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은 선별급여 행위에 ‘심전도 검사-심전도 감시-홀터기록’란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심전도 검사 항목은 ▲48시간 이내 ▲48시간 초과 7일 이내(신설) ▲7일초과 14일 이내(신설)로 새롭게 구분된다. 환자 본인부담금 비율은 80%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장기연속 심전도 검사를 위한 보험수가를 개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전까지는 심장홀터 기기를 사용한 24시간 측정에만 수가가 적용됐다. 장기 측정이 가능한 최신 기기들도 24시간 수가만이 적용됐다.
최신 기기의 경우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2주 동안 연속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적합한 수가가 없었던 상황으로 진료 현장에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 만큼 이번 수가 신설 소식을 들은 학계는 “예전보다 안정적인 심전도 검사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최기준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은 “2월부터 패치형 홀터 등 웨어러블 기기를 위한 수가가 신설됐다. 웨어러블 기기는 장기간 모니터링에 사용되는데, 환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수가 적용이 이뤄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정맥은 치료보다 진단이 까다롭다. 만성 부정맥 환자가 아닌 이상 부정맥 증상은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심장홀터의 경우 정확도가 높지만 비교적 단기간(24시간)에 대한 검사만 가능하다. 때문에 환자들은 무겁고 불편한 기기를 몸에 단 채 24시간 검사를 수차례 받는 식으로 부정맥을 포착해야 했다. 장기 측정을 위해선 간편한 웨어러블 기기의 보완적인 사용이 꼭 필요했던 상황이다.
최 이사장은 이어 “환자 부담금이 80%에 이르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 수가가 배정된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진료 현장에서 패치형 홀터가 활발히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어러블 기기 전망 밝아···업계, 신제품 출시 속도
의료기기 업계도 이번 수가 신설에 반색했다.
그동안 걸림돌로 작용했던 ‘24시간 제한’ 급여 체계가 개선되면서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심전도 측정 기기 경쟁력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손목시계형을 비롯해 패치형, 반지형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개발 및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인 제조업체와 제품으로는 에이티센스(에이티패치), 휴이노(메모워치), 웰리시스(에스패치), 씨어스테크놀로지(모비케어), 메쥬(하이카디), 스카이랩스(카트원 플러스) 등이 꼽힌다.
먼저 에이티센스가 개발한 ‘에이티패치’는 7일에서 14일까지 중단없이 연속 사용할 수 있는 패치형 심전도 측정기기다.
검사 기간에 따라 ATP-C70(7일), ATP-C120(11일), ATP-C130(14일) 총 3개 제품을 출시해 신설된 급여 기준에서 큰 혜택을 보게 됐다.
에이티센스 관계자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를 위한 많은 준비를 해오다 결실을 맺어 의미가 깊다”면서 “앞으로 장기 연속 검사가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의 오랜 미충족 수요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임상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 ‘메모워치’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험 수가를 적용받은 휴이노는 이번에 수가가 신설되면서 신제품 출시 계획을 수립했다.
휴이노 관계자는 “수가를 적용받고 있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기기인 메모워치뿐만 아니라 신설 고시 취지에 부합하는 상용화 제품에도 힘을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진제약과 협력해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웰리시스도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책 변화”라며 “앞으로 정책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사업 전략을 구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웰리시스가 개발한 ‘에스패치’는 패치형 심전도 기기로 기존 홀터 심전도계가 가지고 있던 환자와 의료진 불편함을 해소한 제품이다.
기기 자체에 내장 메모리가 있어 검사하는 동안 스마트폰과 떨어져도 심전도 데이터를 손실없이 보존할 수 있다.
웰리시스 관계자는 “장기 연속 심전도 검사는 기존 24시간 홀터검사와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면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던게 현실이지만 이번 보험수가 확대로 상용화에 탄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 기기가 부정맥 검출률을 크게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단계 개선된 부정맥 환자 진단환경…다음 과제는 ‘국가건강검진 포함’
한편, 학계는 이번 수가 신설이 고무적이지만 부정맥 환자 진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정책 개선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기준 이사장은 “건강보험의 재정적 부담을 고려하면 이번 수가 신설이 큰 진전이다. 하지만 여전히 심전도 검사와 관련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기존 심장홀터 수가가 너무도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심장홀터 수가는 현재 4만 2000원이다. 그런데 심장홀터는 기기 자체가 꽤 비싸며 필요한 소모품도 많다. 여기에 24시간 내지 48시간 동안의 데이터를 추출 및 판독하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수가는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개선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더불어 그는 “고령 환자에 대한 심전도 검사의 국가건강검진 포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이나 심인성 급사의 경우에는 심전도 검사로 간단하게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해 충분히 고려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구체적으로 심방세동 고위험군인 65세 이상에 대한 심전도 검사다. 예전에 10년 정도 심전도 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됐었는데, 추가적으로 불필요한 검사가 많아진다는 이유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심방세동은 중증질환인 뇌경색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유관기관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