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노인학대 원인으로 ‘무자격 간병인’이 지목됐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등으로 의사·간호사가 이탈하고 간병인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병원들이 무자격 간병인들을 고용, 환자와 다투거나 치명적 안전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가 공동주최한 ‘공립요양병원 노동실태와 서비스 질 개선 국회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 하는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센터 소장은 지난 10월 3주 간 전국 공립요양병원 77개소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50개 병원이 이에 응답했다.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 원인으로 38%의 응답자가 ‘무자격 간병인이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노인인권 존중 교육 부재’ 32.7%, ‘병원의 암묵적 처리관행’ 12.2%, ‘신고인 비밀보장 미비’ 6.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정훈 소장은 “간병인이 부족하다고 해서 일정한 기준을 통해 선발하지 않는 현상을 현장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병원들이 외국인 간병인을 대거 채용하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보장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다인간병시스템에서 의사소통의 부재가 치명적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연 보건의료노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지부장은 “적합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약오류, 지시사항 오류, 병원 감염 위험 등이 생긴다”며 “한국말이 서툴러 반말로 응대하다 환자와 보호자와 다투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심각한 건 노인환자들은 조금만 세게 잡아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다거나, 보호자가 갖고 온 떡을 나눠먹다 연하곤란 환자가 위험해지는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각종 평가에 환자보다 서류 업무 집중
인증평가제 준비를 위해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이 환자 치료·돌봄에 집중하지 못하고 서류작업에 매진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고충도 제기됐다.
박성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공립요양병원 7곳 종사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각종 평가 때문에 진료와 간호를 소홀히 하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공립요양병원에는 4년마다 인증평가, 2년마다 운영평가, 1년마다 서류심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보여주기식 행사로 그친다는 게 종사자들 중론이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센터 소장도 “평가를 위한 준비를 보통 4~6개월 이상 준비한다고 한다”며 “행정작업을 위해 심지어 실무자들이 사비를 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선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사무관은 “업무 중복과 부담에 대한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 평가 업무를 효율화해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