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달동네 왕진의사 "아픈 환자 위해 당연"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
2023.04.24 06:26 댓글쓰기



"환자가 아프다기에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달동네 '왕진의사'로 불리는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이 방문진료(왕진)를 시작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장현재 원장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에서 26년째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등을 찾아가는 왕진을 하고 있다.


1997년 개원 후 20여 년간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주민들에 헌신


장 원장이 백사마을과 연을 맺은 건 1997년이다. 불암산 밑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아직까지 판자집이 얼기설기 모여 있는 곳이다. 


그는 “낙후된 곳이지만 정겨운 느낌이 좋아 마을 초입에 개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다니기엔 쉽지 않았다. 장 원장은 결국 왕진 가방을 꾸려 환자들의 집으로 찾아갔다. 보살펴 줄 가족이 없는 환자를 위한 나눔진료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 원장은 "몸이 불편해 병원에 방문하기 힘든 환자가 많았다"면서 "환자가 올 수 없으면 의사가 가는게 맞다"고 했다. 


오랜 와상 생활로 욕창과 감염, 폐렴에 취약한 환자를 보살폈고 치료를 받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백사마을 언덕길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를 자처하며 느낀 보람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장 원장은 "왕진은 환자 1명을 보는데 오가는 시간을 합치면 1~2시간 걸린다"며 "1인 개원 의사가 왕진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히 왕진을 하고 받는 대가도 일반 의원에서 받는 진찰비와 약간의 교통비 정도가 전부였다. 이조차 없던 시절에는 오직 '사명감' 하나로 움직였을 뿐이다.


그러나 보상을 바라고 걸어온 길이 아니었기에 환자가 많지 않은 요일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환자를 찾아갔다. 


이런 그의 헌신적인 모습은 여럿 방송에 소개되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장 원장은 "아파도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도 모두 소중한 환자이기에 사명감을 갖고 진료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오랜 왕진 경험으로 통합형 방문진료 모델 선도


장 원장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0년 동료 의사와 '노원구청년의사회'를 결성해 매월 정기적으로 여성노숙인 요양시설을 비롯해 사회복지시설과 도서 벽오지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보살폈다.


특히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파티마의원에 재가복지센터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장기요양서비스는 물론 의료와 연계한 '돌봄-의료 통합형 방문진료서비스'도 제공했다.


그의 발자취는 통합형 방문진료서비스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해 국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공으로 장 원장은 지난 4월 7일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다. 


목련장은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4등급에 해당한다.


장 원장은 앞으로 왕진 제도 활성화에 더욱 힘쓰겠다는 각오다. 인구 고령화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왕진의 필요성을 알리겠단 목표다.


그는 "40년 전만 해도 왕진에 나서는 의사를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응급시스템 정착과 원내 진료를 기본으로 한 법률 개정, 수가체계 미비 등의 문제로 서서히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왕진 제도를 정비해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급증 등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해가야 한다"며 "앞으로 어려운 환자를 위해 노력해 왕진 제도 활성화에 기여해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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