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심장질환의 유전 연관성이 잇따라 확인되며, 조기 발견을 위해 가족력이 있다면 경각심을 높이고 증세가 없더라도 신속한 유전검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권고가 나왔다.
인천세종병원은 12일 "유전성 심장질환은 비후성 심근병증과 확장성 심근병증이 대표적으로 TTR 아밀로이도증이나 파브리병과 같은 질환 혹은 미토콘드리아병 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8년 호흡곤란이 심해 집 근처 병원을 찾은 A씨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치료에 차도가 없고 계속 호흡곤란이 발생하자 A씨는 심장케어로 유명한 인천세종병원을 방문했다.
정밀검사 결과, A씨는 유전형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심근병증(Hereditary ATTR-CM)으로 진단됐다.
이 병은 유전성을 띤다. 유전적으로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 트랜스티레틴(TTR)이 잘못된 단백질 접힘을 거치면서 심장에 비정상적으로 축적, 심장 근육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진행성 희귀질환이다.
TTR 안정화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다양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발현되고 인식도 낮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A씨는 처음 약물치료로 다소 안정됐으나 이미 TTR 침착이 심각했다.
인천세종병원 의료진이 여러 차례 심장이식을 권고했지만 A씨는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다 뒤늦게 이식을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이식 대기 중 결국 사망했다.
A씨 여동생인 B씨도 같은 증세였다. 인천세종병원에 입원한 B씨 역시 침착이 심해 심장이식이 요구됐다.
그러나 B씨도 처음엔 심부전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식이나 제세동기 치료에 거부감이 있었다.
B씨는 오빠가 사망하고 나서야 이식을 결심했다. 당시 이미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으며, 승압제로 버티며 한참을 대기하다 다행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당시 B씨 심장은 TTR 침착으로 이미 돌처럼 굳어 있었다.
전(全) 가족 대상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으며, 심장 초음파에서 보이지 않던 질환이 조직 검사 결과 A씨의 아들과 조카에게서 영락없이 발견됐다. 이들은 현재 TTR 약물을 쓰며 안정적으로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심장질환인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환자 50% 정도에서 유전적 소인이 발견되고 있다.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도 있고, 같은 가족이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당뇨와 혈압 조절만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다만, 유전적 소인을 가진 심근병증은 3대에 걸친 가족력 검사가 필요하다. X-ray 및 ECG, 심장 초음파,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이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환자의 20~30%가 유전성을 띠며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한편, 술·담배를 끊으며 당뇨와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가족력을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가려야만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으면, 적절한 시기에 좌심실 보조장치 삽입 후 심장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은 “심장질환 특히 심근병증의 경우 가족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불필요한 걱정 혹은 안이한 태도 모두 좋지 못하다. 병을 제대로 알고 조기 발견하면 분명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