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국 140개 사립대병원 및 공공병원의 총파업 후 올 가을 다시 의료대란 위기가 고개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큰 파장과 진료차질 없이 지나가는 모습이다.
10월 11일부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공동파업을 시작, 그 산하 의료연대본부 사업장인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경북대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14일 기준 파업이 진행 중인 곳은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뿐이다.
건보 노조는 연휴 중 밤샘 협상을 통해 단체협약에서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뤄 파업 예고일 전날인 10일 파업 잠정 유보를 결정했고, 경북대병원은 파업 사흘째인 13일 오후 노사가 잠정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올해 7월 26일부터 교섭을 시작해 필수인력 충원·실질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달 10일까지 노사간 10차례의 본교섭, 9차례의 실무교섭, 조정회의까지 거쳤지만 의견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중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는 조합원 투표 결과 각각 95.9% 91.7%의 찬성률을 얻어 파업에 실제로 돌입하게 됐다.
국립대병원 공공기관 제외 등 정부 정책 ‘진통’···의사직↔노조 갈등 심화
지난 7월 총파업을 벌였던 사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와 달리 의료연대본부는 국립대병원 지부로 구성됐다.
이번 파업에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속화된 국립대병원 인력 이탈을 비롯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국립대병원 공공기관 제외 등 정부 정책으로 인한 내부 갈등이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획재정부 규제로 인건비 인상과 인력 확충이 오랫동안 어려웠던 가운데, 국립대병원장들로 구성된 국립대병원협회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감안해 의사직만 총액인건비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해보인다”는 의견이 피력된 것으로 알려지며 갈등이 커졌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을 찾아 해당 의견의 진위여부를 따져묻고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큰 진료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등 필수유지부서는 가동 중이며, 공백이 발생한 부서에는 대체 인력을 투입해 대비한 결과 일시적으로 검사가 지연되는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과거보다 파업 규모가 크지 않아 내부적으로 적절히 대응 중으로 민원은 없었고,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경북대병원 관계자도 “70여명의 대체인력이 투입돼 운영에 차질 없이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었다.
경북대병원 임금 1.7% 인상, 인력 확충 합의···7월 부산대병원 파업 20일 역대 최장 기록
경북대병원은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에 3일 간의 총파업이 일어났지만, 환자와 내원객의 불편을 최소화해야한다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총액 대비 임금 1.7% 인상, 부족한 인력 확충 등을 합의했다.
지난 2015년 22일이라는 최대 파업 일수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함께 파업에 돌입한 사업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는 만큼 이번 파업은 얼마나 장기화될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7월 13일·14일 총파업 및 이후 개별 파업을 진행한 국립중앙의료원, 고려대의료원, 아주대의료원 등 보건의료노조 산하 사업장 중 국립대병원계에서는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이 파업 20일을 기록하며 역대 최장기 파업이 벌어졌다.
이는 올해 5월 ‘간호법’의 입법 좌절 후 일어난 병원계 파업이기에,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의료기사 등의 직역이 조합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불법의료 지시·진료지원인력(PA) 업무범위 문제가 특히 공론화됐다.
암환자 진료가 상당기간 지연되고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교수협의회가 노조를 설득하고 노사 공개토론을 요구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8월 1일 파업이 종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