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데일리메디 10대 뉴스
2023.12.28 05:40 댓글쓰기

[기획 上] 신종 감염병이 삼켜버린 지난 3년 세월을 뒤로 하고 일상 회복이 이뤄졌지만 의료계는 희망을 품을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상반기 내내 간호법 광풍이 휘몰아쳤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이변 없이 시행됐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필수의료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공론화 됐고, 정부는 그 귀결점으로 ‘의대정원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예년과 결은 다르지만 반추해 보면 2023년 역시 의료계에는 굵직한 현안들이 즐비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정책에 울고 정책에 웃는 현상은 어김없이 재현됐다. 대한민국 보건의약계 한해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무게추 기울어진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전국 40개 의대의 증원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정원을 현재보다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늘리길 희망했다. 여기서 최소는 의대가 추가 투자 없이 늘릴 수 있는 증원 규모이며, 최대는 추가 투자가 이뤄질 때 증원 규모다. 복지부는 각 의대의 희망 인원 수요를 바탕으로 현장 점검 등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늦어도 내년 1월초에는 최종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만약 희망 수요가 그래도 반영된다면 2006년 이후 동결된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이 2025학년도에는 최대 60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반발한 의료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총파업을 포함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대한민국 필수의료 붕괴 위기…정부, 해법 모색 총력


정부가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해법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우선 분만수가 및 소아진료 수가가 12월 1일부터 인상된다. 자연분만 및 제왕절개 등 분만 수가가 대폭 인상되며, 이를 위해 ‘지역수가’와 ‘안전 정책수가’가 새롭게 신설됐다. 농어촌지역 분만 인프라 유지 등을 위해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지역수가’ 55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응급분만 정책수가도 새롭게 시행된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대란과 의료인력 이탈 예방을 위한 가산금도 내년 1월부터 전격 투입된다. 총액은 연간 300억원 규모다.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한 대책도 나왔다. 지역 간 필수의료 격차 완화를 위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3개 권역에 3년간 각각 최대 5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경증이나 비응급 질환보다는 중증·응급 분야에 더 많이 투입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개혁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빗장 풀린 비대면 진료, 의료계 반발 등 험로


12월 15일부터 비대면진료가 대폭 확대됐다. 6개월내 대면진료 받은 환자라면 누구든, 어떤 질환이든 비대면진료를 요청할 수 있다. 야간·휴일에는 방문 이력과 상관없이 모두 이용 가능하다. 전국 시군구 거주자의 40%도 의료접근 취약군으로 분류돼 언제나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전면 시행된 시범사업이 초·재진 구분 등의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3개월만에 대상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산업계는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약 배송 가능 범위가 전혀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애인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야간·휴일에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그 시간에 문을 연 약국이 없을 경우 여전히 처방약을 복용하지 못한다. 반면, 의료계는 그동안 줄곧 제시해 온 재진·의원 중심 비대면 진료 원칙이 깨지면서 정부에 시범사업 ‘보이콧’ 불사 방침을 전달함에 따라 험로가 예상된다. 


한의사 초음파·뇌파계 허용 판결 봇물

최근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 뇌파계,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등 현대 의료기기를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달 저선량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도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8월 대법원은 뇌파계 사용 후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한의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낸 면허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의사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가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다고 봤다. 이처럼 한의계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례가 누적되면서 의료계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초된 간호법…부활 여부 촉각

올해 초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초된 간호법이 재발의됐다.지난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간호사 업무 범위에 관한 것이다. 제정안에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건강증진활동의 기획과 수행, 간호조무사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규정했다.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반대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의협은 “타 직역은 의료법 체계에 남겨두고 간호사 직역만을 개별법 제정을 통해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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