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수장이 교체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갈등 수위가 다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이달 4일 제45대 회장으로 취임한 윤성찬 한의협 회장이 "양방 획일주의를 타파하고 일차의료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회무 포부를 밝힌 데 대해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 측이 맞불을 놓는 공문을 보내면서다.
임현택 제42대 의협 회장 당선인은 한의협 측에 보낸 공문을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는 공문을 통해 "귀 회의 이러한 행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윤성찬 한의협 회장이 취임하면서 의료계를 비판하고 한의사들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국민, 국회, 정부를 비롯해 의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직능이 의사 눈치만 보는 이 상황을 바꾸겠다"며 "양방 획일주의와 양방 중심 의료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7주차에 접어든 의과 전공의 사직, 이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의 병원 파견, 또 그 여파로 생겨난 의료소외지역의 의료공백 상황을 언급했다.
윤성찬 회장은 "한의사를 활용한다면 이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고 한의사들이 일차의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최근 양의사 단체가 국민을 겁박하는 일 등 어처구니 없는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임현택 "신임 한의협 회장이 밝힌 방안에 대해 머리 맞대고 진중하게 논의하자"
이를 접한 의협 인수위는 한의협에 대화를 제안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윤성찬 신임 회장이 밝힌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중하게 논의해보자"고 요청했다.
그는 "현재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세부적인 한의협 대책방안을 제시해달라"면서 "구체적으로 응급환자, 중환자, 수술환자의 전원이 가능한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의과대학부속병원 명단을 거듭요구하니 응해달라"고 밝혔다.
임현택 회장 당선인이 이 같은 내용을 한의협에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 한의계가 필수의료 분야에서 한의사 활용 방안을 내세우자 한의협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는 당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으로서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중증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 한의원과 한방병원 명단을 본회에 반드시 통보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의협 측은 대응하지 않았다.
이번 인수위가 공문을 보낸 상황과 관련해서도 한의협 측은 "별도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의협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회무를 시작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회장직 당선 이전,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해체하기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직접 올렸다.
현재 이 청원은 2월 26일부터 3월 27일까지 5만1232명(100%)의 동의를 얻어 향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