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산소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을 실제 구매가보다 60% 이상 높게 청구한 요양병원이 정부로부터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데 대해 법원이 "입원환자들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며 "모든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성수제 양진수 하태한 부장판사)는 최근 A병원 측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보건복지부가 A병원에 내린 업무정지처분은 모두 취소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A병원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한 결과, A병원이 2016~2018년 사이 21개월간 구매한 산소에 대해 구입금액인 10L당 6원보다 높은 10L당 10원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A병원이 이를 통해 총 8511만여원을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보고, 지난 2021년 3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A병원에 업무정지 30일을 처분했다.
보건복지부는 또 같은 사유로 의료급여법에 따라 업무정지 20일 처분을 추가로 내렸다.
이에 A병원 측은 "현지조사가 절차적으로 위법했고, 처분이 과도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병원 측은 "현지조사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나 이를 위반했고, 조사도 강압적이고 형식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사안으로 2건의 업무정치처분을 내렸으며, 산소 청구가격도 병원 측이 고의로 내린 것이 아니라 원무 프로그램 미숙으로 인해 기본 설정값인 '10L당 10원'을 수정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피력했다.
더불어 입원환자 대부분이 중환자 및 카바페넴항생제내성균(CRE) 관련 감염환자인 특성상 업무정지가 될 경우 중환자를 수용할 거점병원이 없어지는 공익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복지부의 현지조사가 처분을 취소할 만큼 위법하지 않고, 강압적‧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어 "2건 처분은 근거를 달리하는 별도의 처분이라 이를 합쳐 하나의 처분만 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단순한 착오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의 업무정지로 인해 지역 중환자 수용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에도 "제출 증거상, 업무정지 기간에 다른 병원에 의해 대체되기 불가능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각판결 했다.
"업무정지로 달성할 공익보다 그로 인해 초래될 공익 침해 더 중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병원이 업무정지 시 환자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달리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병원은 수도권에서 몇 안 되는 CRE 감염증 치료 거점병원으로서 대학병원 응급실 수준의 의료장비를 대규모로 갖추고 있다"면서 "대학병원에서 CRE 감염증 환자들에 대한 후속 치료를 위해 A병원에 전원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병원이 업무정지에 이르면 입원한 CRE 감염증 환자를 모두 대학병원이나 다른 요양병원으로 전원시키기 어렵다"면서 "업무정지 처분이 병원 환자들에게 심한 불편을 줄 경우 업무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과징금 처분을 고려하지 않고 사실관계 확인 직후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며 "다수 CRE 감염증 환자들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공익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에 1심 판결을 취소하고, 2건의 업무정지 처분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병원 측 법률대리인 김준래 김준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는 환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경우 업무정지 대신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환자 불편을 넘어 130여 명의 환자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정지 처분만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2심을 수용하지 않고 업무정지 처분을 관철시키려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올바른 태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