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뇌수술을 받은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5개월 만에 숨진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승소했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강주혜 판사는 수술 후 사망한 환자 A씨를 대신해 그의 아내와 자녀 2명이 인천 모 의료재단 이사장과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강 판사는 "A씨 아내와 자녀 2명에게 모두 2천400만원을 배상하라"고 의료재단 이사장과 B씨에게 명령했다.
20년 전부터 뇌경색 치료를 받은 A씨는 2020년 8월 인천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1년 뒤 어지러움과 두통 증상이 있어 다시 같은 병원에서 검사했고 혈관을 인위적으로 막아 출혈을 중단시키는 색전술을 받기로 했다.
A씨 치료를 맡은 의사 B씨는 의료기기인 미세 도관을 뇌에 삽입한 뒤 액체인 색전 물질을 주입했다.
그러나 수술이 끝날 때쯤 다시 빼내려던 미세 도관이 갑자기 끊어졌고, 일부가 A씨 경동맥에 남았다.
수술이 모두 끝난 뒤 경과를 지켜보던 의료진은 다시 뇌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날 2차 수술을 했지만, A씨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머리뼈를 여는 개두술로 혈종을 제거하는 3차 수술을 했다.
이틀 새 3차례나 수술을 받은 A씨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2개월 뒤 요양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22년 3월 뇌출혈로 끝내 숨졌다.
수술받은 지 5개월 만이었고, 그가 병원 의료재단 이사장과 의사 B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낸 지 10여일 뒤였다.
민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고인 A씨가 사망함에 따라 상속인들인 그의 아내와 자녀 2명이 소송수계인 자격으로 소송을 대신 이어갔다.
이들은 민사소송에서 "수술 중에 B씨가 미세 도관을 제거하려다가 강하게 당겨서 끊어졌다"며 "끊어진 미세 도관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혈관을 손상해 뇌출혈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뇌출혈 위험이 높은데도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수술 전에 미세도관이 끊어질 가능성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의료진 과실로 A씨 뇌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발생했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색전술 중에 미세 도관이 절단되는 사례는 드물다"며 "미세 도관을 제거하려고 당기다가 혈관에 붙어 잘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당겨 절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절단된 미세 도관은 A씨가 사망할 때까지 뇌혈관에 남아 있었다"며 "B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해 A씨의 뇌혈관을 손상했고 이런 과실은 뇌출혈과 의식불명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판사는 B씨가 색전술을 한 결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고 수술 전에 환자에게 위험성도 제대로 설명했다며 병원 측 책임을 50%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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