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주사기 대신 많은 미세침이 배열된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로 백신을 투여할 경우 주사를 이용해 접종할 때와 유사한 수준의 강력한 면역반응을 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LSHTM) 에드 클라크 교수팀은 30일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서 성인과 영유아 280여 명을 대상으로 홍역·풍진 백신을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로 투여하는 임상 1/2상 시험을 통해 강력한 면역 반응을 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는 표면에 배열된 미세한 돌기(침)를 통해 통증 없이 피부 아래로 백신을 전달하는 것으로, 의료인력과 장비 등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 등의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는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이 개발, 제조했으며, 임상시험 비용 등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제단이 지원했다.
연구팀은 감비아에서 18~45세 45명, 15~18개월 유아 120명, 9~10개월 영아 120명 등 285명을 무작위로 나눈 뒤 홍역·풍진 백신을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와 주사기로 투여하고 그 결과를 비교했다. 백신은 현재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어린이에게 주사로 투여되고 있는 제품이 사용됐다.
그 결과 영아의 경우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로 백신을 1회 접종한 후 93%(56명 중 52명)에서 홍역 면역 반응이 유도됐고 풍진은 100%(58명 중 58명)가 면역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사기로 백신을 투여한 경우 면역 반응 비율은 홍역 90%(58명 중 52명), 풍진 100%(59명 중 59명)였다.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 접종 시 이상 반응으로는 접종 부위가 붉어지는 증상이 유아 58%(60명 중 35명), 영아 95%(60명 중 57명)에서 나타났으나 모두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중증 또는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는 의료전문가가 투여할 필요가 없고 백신 냉장 보관 필요성을 없애거나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같은 자원 부족 지역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라크 교수는 "이 결과는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로 백신을 영유아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처음 입증한 것"이라며 "홍역 백신이 마이크로 어레이 패치 접종의 최우선 순위지만 다른 백신도 이 방법으로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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