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성범죄 의대생 "응급의학과 전공 속죄" 논란
법정에서 혐의 시인하며 진술···응급의학 전문의들 "모욕적" 공분(公憤)
2024.06.21 05:09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판에 넘겨진 의대생이 "응급의학과에 몸담아 속죄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을 산 가운데 의료계도 분노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사 집단에 악마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가운데 이러한 갈등 조장 소식이 또 알려지자, 이번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선을 긋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20일 한 언론에 따르면 서울 소재 某의대 본과 3학년 A씨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6회에 걸쳐 상대 여성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체를 촬영, 100장 이상의 사진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달 13일 서울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그러던 중 A씨가 "(이번 일로 내가) 휴학하는 건 시간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손해"라며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공인 응급의학과를 선택해 잘못을 속죄하며 살고 싶다"고 말해 문제가 됐다.  


휴학하지 않고 학업에 집중하면서 기피과에 몸담아 자신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피해자들과 누리꾼들은 A씨 발언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다"며 엄벌을 요구했다. 


이에 의료계, 특히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강하게 분노했다. 


20일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는 "학회는 물론이고 현장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공분(公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밝혔다. 


A씨 발언은 혐의를 인정한 범죄자가 궁색한 상황에서 중벌을 면하려고 한 것일텐데, 이를 그대로 인용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이 공보이사는 "성범죄자가 마치 응급의학과 의사가 돼 응급환자를 진료할 것처럼, 응급환자와 응급의학과 의사의 신뢰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명백한 내용을 왜 굳이 활자화했냐"고 분노감을 표출했다. 


그는 또 "정상 의대 교육과 충실한 전공의 수련이 불가능한 정도의 대규모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그들을 격려하기는 커녕 성범죄자 발언을 인용해 모욕하는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항의했다. 


아직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학생인 A씨가 응급의학과에 몸담겠다고 말했어도,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응급의학과 수련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는 점을 이 공보이사는 분명히 했다. 


이 공보이사는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모든 임상 전문과목 전문의가 되기 위한 전공의 수련병원 전형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의사 면허와 관련해 논란이 된 유명 정치인의 자녀도 지원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정원이 미달된 상황에서도 불합격했다"고 근거를 들었다.  


끝으로 그는 "범죄자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결에 따라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면서 "해당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의 온전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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