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 수가→가치기반 지불…"대체 제도 아니다"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 "심평원, 가치 없는 것에 안주겠다는 뜻 내포" 의구심 피력
2024.08.14 05:32 댓글쓰기



정부가 행위별 수가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가치기반 지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가치 판단 기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3일 서울의대 양윤설홀에서 개최한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토론회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수가체계 혁신 방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가치기반 제도 자체 도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


정부는 "이날 오전 세 가지 보상체계 개혁방안을 발표하며 그중 하나로 가치기반 지불제도 혁신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영건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와 가치기반을 동일선상 제도로 볼 수 없다"라며 "지불제로는 행위별수가제, 주치의제, 포괄수가제(DRG)가 있고, 가치기반은 이에 더해 주는 것이지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치기반 제도 자체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면에는 '가치 있는 것에 더 주겠다'는 게 아니고 '가치 없는 것에 안 주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로봇수술을 예로 들며 가치기반 지불제의 맹점을 지적했다.


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치는 너무 사망률에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로봇수술은 가치가 없다는 보고서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며 "로봇수술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가 큰 흉터를 남기기 싫어서 하는 것이다. 사망률 외에 다른 가치들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률이라는 가치만 놓고 로봇수술이 비싸다며 하지 말라는 논리로 가면 안 된다. 이처럼 가치 판단은 필요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가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행위별 수가제 20년, 결과는 불충분한 보상 초래…새 지불제 필요


지 교수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가치기반을 얼마든 적용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01년 행위별 수가제 도입 후 20여년간 대한의사협회에 맡겼지만 제대로 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부에 더 달라고 하면 행위별 수가제 기본 개념에 맞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진료과별 의견을 모두 반영하면 지금보다 수십배의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보상이 높은 데서 양보를 못 하니 보상이 낮은 곳에서 아무리 외쳐봐도 조정이 안 된다. 그렇게 보상이 낮은 기피과가 생기게 되니 정부가 이번 (보상체계 개혁) 방침을 세운 것 같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각 행위를 쪼개서는 모두의 보상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묶음수가제를 제안했다.


그는 "행위를 쪼개면 쪼갤수록 왜곡이 분야별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7개 질환에 대해 묶음수가제로 하고 있고, 또 신포괄수가제도 10여년 동안 시범사업하고 있는데 608개 질환군 중 약 150개 질환군은 기관 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전국적으로 시행해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묶음의 단위를 극단적인 묶음으로 할 것인지 부분적으로 묶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도 "지금까지 보상이 불충분하게 된 것은 결국 상대가치 점수제의 산물"이라며 "정부도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영역에서는 정원별 지불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수술 등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대학병원에서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해 그에 대한 일정 부분을 공공이 부담하는 방식"이라며 "공공 재원을 통해 필수의료 인력 공급의 최저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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