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과장" vs "부당 사건으로 필수의료 붕괴"
의료분쟁조정 토론회서 法-醫 격돌···수가에 포함된 '위험수가' 사안도 논란
2024.08.20 11:41 댓글쓰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의료분쟁조정'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의료계와 법조계가 팽팽하게 맞섰다.


법조계는 의료사고 관련 사건들이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배상도 수가 내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는 부당한 대형사건들로 인해 현재의 필수의료 기피가 촉발됐고 저수가 기조에서 배상액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반박했다.


"의료사고 형사사건 年 750건, 사실과 다르다"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국내 의료과실로 인한 기소가 연평균 750건 이상이라는 의료계 주장에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청 통계 자료를 조사해봤더니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 수가 1년에 750명이었다. 가령 부검사건이 하나 발생하면 관련자들이 피의자로 등록이 되는데 이런 허깨비 같은 수치가 기소 건수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의료소송 민사사건 수를 집계하는데 1년에 800~900건 되다가 최근 700건대로 떨어졌다. 민사가 700건인데 형사사건이 1년에 750건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변호사들도 형사사건을 접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최근 연구논문에서도 의료사고 중 의료업무상 과실치사상에 의한 형사기소는 연간 15건 정도"라며 "법무부나 보건복지부에 이에 대한 자료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문제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의료인의 법적책임 부담이 필수의료 기피를 부추겼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미용‧성형 등 비급여 분야에서 발생한 사고나 민사‧형사책임을 인정하지, 필수의료 분야에서 진짜 형사처벌한 경우를 못 봤다"면서 "필수의료가 사고발생 위험이 높고 분쟁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지원하지 않는다는데, 그보다는 의료가 많이 영리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의료사고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예외를 두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며 "차라리 전체 과실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의료인에만 예외를 주면 특혜를 준다는 반론에 막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 형법학계에서도 과실범을 과도하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다. 과실범 전반에 대해 뜯어고치자고 하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매출 대비 배상액 '0.1%'…위험수가로 배상액 보상 가능"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가에 포함된 위험도 수가만으로도 의료사고 관련 배상액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구현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중앙위원은 "위험도 수가는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환자한테 배상하라는 목적으로 주는 돈"이라며 "건강보험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을 책임지라고 하는데 실제 책임지고 있다. 그 돈으로 보험을 가입해서 보험으로 배상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에 따르면 위험도 수가는 1차 상대가치 개편 때 1.8%, 2차 상대가치 개편 때 1.2%로 설정됐으며 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수술은 4%, 분만은 11.5% 등으로 위험도가 높은 행위에는 위험도 수가 비중이 더 높게 잡혀 있다.


윤 위원은 "서울대병원의 2022년 매출이 1조2000억원 정도인데, 2016~2022년 연평균 배상액은 0.1% 수준인 12억원 정도"라며 "만약 1.2%라는 위험도 수가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려면 배상액을 매출의 1.2%보다 더 쓰고 얘기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어 "제3의 기관을 만들어서 배상책임을 맡길 수 있지만, 만약 서울대병원에 매출의 1.2%인 연간 150억원을 그 기관에 내라고 하면 병원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위원도 의료사고가 줄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면 대부분 의협에 감정서를 요청하는데, 지난 2018년 2400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2022년 1700건으로 줄었다는 설명이다.


윤 위원은 "의협 감정뿐 아니라 의료분쟁중재원에 올라가는 조정 접수 건수, 의료배상공제조합의 보험료 모두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외교관,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 외에는 형사고소가 다 가능하다. 여기서 의료사고를 빼기 위해서는 굉장히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의료계도 어떤 경우에 특례를 적용할 것인지 조건을 더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醫 "2017년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소청과 소멸, 하나의 부당한 사건 여파 상당"


의사 출신의 이주영 국회의원(개혁신당)은 "전깃줄에 새가 5마리 앉아 있는데 포수가 총을 쏴 1마리만 떨어져도 전깃줄에는 한 마리의 새도 남지 않는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처벌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10명 의사가 기소를 안 당했더라도 한 명 의사가 기소를 당하면 언제라도 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들이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정상적인 의료행위'였고, '나 역시 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료계가 분노하고 모두 이탈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에 대해 정부도, 사법계도 책임이 없다고 하면 의료계는 사라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의료사고가 아닌 의료영리화 때문이라는 박 변호사 주장에 대해 "지금 박봉에도 연구하시는 분들,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분들 모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금년 초까지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 소아응급질환을 담당했던 이 의원은 "현장에서 소아응급실, 흉부외과를 지켰던 동료들이 법적리스크 때문에 모두 떠났다. 그렇게 더 이상 일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소아응급의료센터가 무너지고 저도 떠나야 했다"며 "저도, 저희 동료들도 돈 때문에 그만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전공의 수련 중 사직한 조강희 씨도 "과도한 법적부담이 필수의료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며 "지난 2018년만 해도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이 경쟁하며 지원하던 과였다. 급격히 소멸하게 된 것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3명이 구속되고 최종적으로 무죄가 됐음에도 인터넷에 얼굴이 다 공개됐다"며 "그럴만큼 이들이 파렴치범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위험도 수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 교수는 "원가 이하 수가를 주고 그 안에서 몇 %를 또 떼어 주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의료계는 저수가에서 더 빼먹는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발 줄 것은 좀 주고 하자"며 "정부가 뭔가 노력을 보여줘야 의료계도 마음을 돌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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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공단이배상 08.20 17:40
    건강보험공단과 한국 모든 의사는 예외없이 의사면하를 따는 순간 강제 독점계약 당한다. 외국의사의 의료사고 배상 주체가 공무원이라 국가가이듯이, 한국은 건보공단이 의료사고 배상의 주체이다. 건보공단 등재 리스트를 벗어나서는 단 하나의 의료행위도 불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사고를 외국은 국가가 배상하듯 한국은 건보공단이 배상하면 된다. 이게 싫으면 건보공단과 모든 의사의 독점 강제 계약을 철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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