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영장류 대상 '돼지 적혈구 수혈 효과' 확인
한림대성심병원 강희정·노주혜 교수팀 "수혈 후 24시간 혈액 지표 개선"
2024.09.05 10:10 댓글쓰기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강희정(왼쪽), 노주혜 교수. 사진제공 한림대성심병원


국내 의료진이 돼지 피를 수혈받은 영장류의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에서 겪고 있는 혈액부족 문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강희정·노주혜 교수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팀, 바이오기업 옵티팜은 "세계 최초로 돼지 적혈구를 비인간 영장류에게 투여한 이종(異種) 수혈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혈액 기증 감소가 의료계의 큰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돼지는 장기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인 요소들이 사람과 유사해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와 인간 혈액과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 혈액을 임상용 적혈구제제로 각각 제조했다. 


그 뒤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4마리씩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25%의 실혈(혈액 손실)을 유발한 후 한 그룹에는 무균돼지 적혈구를, 다른 한 그룹에는 형질전환 돼지 적혈구를 수혈했다. 


이후 출혈 전과 출혈 직후, 수혈 후 21일 동안 혈액 대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대조군과 비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세 그룹 모두에서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 수, 헤마토크리트 및 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으며 형질전환돼지 적혈구가 무균돼지 적혈구에 비해 전신적인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혈된 돼지 적혈구는 24시간 이후 순환 혈액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며 강력한 항체 반응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했다.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은 수혈 후 24시간까지 혈액학적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나 그 이후엔 생체 반응으로 인해 그 효과가 제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즉각적인 혈액학적 이점을 입증했지만 이종수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체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억제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 책임자인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수혈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데이터를 제공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면역학' 6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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