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에서 살아남는 방법
하태경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홍보위원장(한양대병원 외과 교수)
2024.10.14 06:46 댓글쓰기

 

비만, 질병으로의 인식 전환과 효과적 치료


인류는 언제부터 많이 먹기 시작했을까? 인간은 오랜기간 식량이 풍부한 시기에는 먹고, 부족한 시기에는 허기를 견디며 생존해 왔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한 인체와 유전자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풍요로운 식생활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진화했다.


과거 인류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인은 언제 어디서든 음식을 쉽게 주문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비만은 큰 건강 문제로 자리 잡았다.


고도비만 생각보다 심각…암보다 높은 비율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 37%가 비만이다. 특히 남성은 2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였다. 여성의 비만율도 27%로, 상당한 수치다.


비만의 정도에 따라 체질량지수(BMI)가 30kg/m² 이상인 인구는 115만명, 체질량지수가 40kg/m² 이상인 비만 초고도 비만인구는 3만명에 이른다.


특히 비만 2단계(체질량지수>30kg/m²) 이상의 인구는 120만명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암 환자 수가 25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5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흥미로운 점은 암 환자 생존율은 1990년대 초반 42%에서 2020년 70%로 약 30%나 증가했으나, 비만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26%였던 비만율이 2021년에는 37%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만의 치료율은 암 생존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비만에 대한 치료법이 체질량지수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비만과 고도비만, 치료법 다르다


비만은 암처럼 등급이 존재하며, 각 등급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야 한다. 조기 암과 진행성 암의 치료 방법이 다르듯 비만도 체질량지수 30kg/m²를 기준으로 나눠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체질량지수가 30kg/m²를 넘는 고도비만 환자는 단순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동반된 경우 더 심각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체질량지수가 35kg/m²를 넘는 초고도비만 환자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단순히 운동을 하라는 조언이 흔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도비만 환자는 걷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고, 관절 통증 등으로 운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고도비만 치료는 단순히 식이요법과 운동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필요하다.


고도비만 표준치료는 '수술'이 정답


암 치료법 중에는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특정 암의 병기에서는 표준치료가 존재하듯 고도비만의 표준치료는 수술이다.


수술을 통해 근본적인 체중 감소와 대사질환 개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수술 전후로 다양한 보조 치료가 필요하지만, 수술을 외면한 채 다른 방법들만으로는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도비만 치료에 있어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 아닌 일차적인 치료법으로 인식돼야 한다.


'비만은 질병' 인식 변화 필요성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했으며, 2018년에는 이를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비만은 단순히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닌, 고도비만으로 악화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비만이 악화되면 초고도비만으로 이어져 더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암 환자에게 조기 치료가 중요하듯, 비만 역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통해 고도비만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개인마다 비만의 원인과 상황이 다르므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질병으로 인식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100%의 치료 효과를 얻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비만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적절한 치료가 동반될 때 우리 사회는 비만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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