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과에 가려진 '중증마취'…"보상 정상화 시급"
"마취 수가를 일본 수준으로 높이고 중증마취는 '선별 지원' 검토 필요"
2024.10.10 10:29 댓글쓰기

[기획/下]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과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술실 마취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의료대란 이후 당직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 병원은 마취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수술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서울시병원회와 지난 25일 '의료대란과 수술실 마취'를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마련했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는 △중앙대병원 권정택 원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임병건 수련교육이사 △충북대병원 신영덕 수술실장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강병찬 학술이사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배홍철 사무관이 참석했다. 중증수술 마취 전문의가 얼마나, 왜 부족한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전문가들 진단과 해법을 데일리메디가 2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주]


중증질환 마취 전문의들이 부족하다는 데 공감한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수가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제일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권정택 중앙대병원장은 "중증질환 마취 진료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저수가"라며 "의료사고 발생시 배상 문제도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는 수 억원의 배상금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의사 수를 유지하려면 우선 적정수가가 보장돼야 한다. 전반적으로 일본 정도의 수가로 개선돼야 현재의 난국의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배홍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정부가 중증‧응급 수술에 대한 마취료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배 사무관은 "정부가 지난 2월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지난 8월 의료개혁 시행방안을 통해 중증수술 보상 강화를 발표했다. 그 안에 수술료와 마취료도 함께 가산하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중증수술에 있어 마취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중증수술이 시행될 때 그에 동반하는 가치에 대해서도 함께 보상코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아마취 1000% 가산해도 외과 수술보다 적어"


그러나 진료현장에서는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 더 많다는 목소리다. 


임병건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가산 정책은 감사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소아마취 수가를 1000%를 올려도 외과수술에 비해 적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수가만 올려서는 병원 수익만 늘어날 뿐 의사들에게는 전혀 체감이 안 된다. 담당하는 마취 의사들에게 직접 전달될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취통증의학과가 전공의 지원율이 높은 '인기과'라는 점에 가려 중증수술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영덕 충북대병원 수술실장은 "마취도 필수의료라는 게 인정돼야 한다. 수술할 담당과 의사는 있는데 마취과 의사가 없어 수술이 안 된다면 마취도 필수인 것 아니겠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마취통증의학과가 인기과이기는 하지만, 중증마취는 기피되는 영역이다. 기피과에만 적용되는 제도적인 급여 지원이 중증질환 마취에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기과라고 해서 기피과에 비해 적게 주려는 문제는 비단 마취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어느 과에나 기피하는 분과가 있고, 그 부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 권정택 중앙대병원장, 임병건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수련교육이사, 배홍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 강병찬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학술이사, 신영덕 충북대병원 수술실장.


"젊은의사들이 중증질환 마취에 몸담을 분위기 조성 절실"


전문가들은 중증질환 마취 전문의를 꿈꾸는 전임의의 처우와 전공의들 교육에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수술실장은 "무엇보다 전임의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가 전공의 비율을 줄이겠다고 한 만큼 전임의들이 병원에 남을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병건 수련교육이사는 "수련교육 질(質)이 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도 전문의들에 대한 관리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에서는 지도 전문의가 평일 일정 중 진료는 80%만 채우고 나머지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하지만 현실은 일주일 내내 진료만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올해는 전공의 이탈로 과도한 당직과 스트레스에 번아웃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수도권 병원에서 중증질환 마취하는 의사는 전공의가 나가고 일이 많아지면서 한 번에 2~3개 수술방을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젊은 교수들이 나가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지도 전문의들 근무 여건이 지켜질 때 이런 것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배홍철 사무관은 "정부 정책 방향도 다르지 않다. 지금 지속적으로 중증수술과 마취에 대해 보상을 강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만 마취과 의사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구체적으로 개입하기가 힘들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계와 학회에서 같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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