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율 높은 마취과…고난도 중증마취는 '풍전등화'
통증·경질환 인기로 피부·영상의학 제쳐···대학병원 업무 가중 등 '기피 추세' 확연
2024.10.04 05:57 댓글쓰기



[기획 上]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과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수술실 마취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의료대란 이후 당직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 병원은 마취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수술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서울시병원회와 지난 25일 '의료대란과 수술실 마취'를 주제로 정책 좌담회를 마련했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는 △중앙대병원 권정택 원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임병건 수련교육이사 △충북대병원 신영덕 수술실장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강병찬 학술이사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배홍철 사무관이 참석했다. 중증수술 마취 전문의가 얼마나, 왜 부족한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전문가들 진단과 해법을 데일리메디가 2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주]


마취통증의학과는 명실상부 '인기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24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도 마취통증의학과 지원율은 144.8%를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10% 가까이 올랐고, 피부과와 영상의학과 지원율보다 높았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는 수술실 마취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며 '풍요 속 빈곤'이라는 웃픈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고도일 서울시병원회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마취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 수술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마취과 의사가 없어 응급환자를 돌려보낸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과도한 당직과 스트레스로 수술실 지킨 젊은교수들 지쳐"


임병건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수술실 마취 위기 상황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소아, 이식, 분만 등 중증‧고난도 마취 기피현상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과도한 업무와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며 "올해 초 벌어진 의정갈등 사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짚었다.


그는 "전공의들이 이탈하며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과도한 당직과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라 젊은 교수진이 많이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 경영에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권정택 중앙대병원장은 "이번 사태로 절반 정도의 의사만 남았다. 특히 마취과 의사가 부족해 수술을 축소하거나 촉탁의를 채용해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촉탁의들 급여가 기존 교수보다 2배 정도 될뿐더러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병원이 있으면 쉽게 옮겨간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은 그나마 천국…지방은 채용 마취의사가 없어 촉탁의‧전임의조차 못구해"


지방병원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신영덕 충북대병원 수술실장은 "지방에 비하면 서울은 천국이다. 지방은 채용할 의사가 없다. 1년째 촉탁의 채용공고를 하고 있지만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대형병원들은 외래와 수술도 많이 회복됐다. 이는 전임의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라며 "충청도와 대전까지 전부 합쳐 마취 전임의는 단 2명이라 운영 회복도 더디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력난 속에 지방병원 의료진 번아웃은 가중되고 있다.


신 수술실장은 "당직이 힘들어 나간다는 교수들이 많다. 특히 당직 근무 비중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젊은 교수들이 지쳐가는 기색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대형병원을 벗어난 마취 전문의들은 개원가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라는 전언이다.


강병찬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학술이사는 "마취과 의사들이 개원가로 많이 빠져나오지만, 개원은 한풀 꺾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마취 전문의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성형‧피부과 쪽에 마취 수요가 늘어 통증 클리닉 보다 2~3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고도일 서울시병원회 회장, 권정택 중앙대병원장, 임병건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수련교육이사, 배홍철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 강병찬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학술이사, 신영덕 충북대병원 수술실장.


"현재 PA간호사 '마취' 불가, 의료공백 해소 도움 안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이나 진료지원(PA) 간호사 도입 모두 현행 마취 전문의 부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다수였다.


임병건 수련교육이사는 "현재 비수도권과 필수의료가 붕괴됐다. 마취과 역시 똑같은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대 증원이 증증질환 마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정택 병원장:은 의대증원에 대해 "'성형‧피부과 의사만 2000명 늘어날 것'이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이야기가 딱 맞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PA간호사에 대해서도 임병건 수련교육이사는 "법적으로 PA간호사가 마취 행위를 할 수 없다. 마취라는 진료행위가 어렵고, 중대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과계열은 PA간호사 의존도가 높아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중증질환 마취에서는 전문간호사나 PA 간호사 모두 도움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신영덕 수술실장은 "마취과에서 간호사 역할은 모니터를 잘하는 것이다. 다른 13개 분야 전문간호사가 각 과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마취과 등 특정과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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