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마약류 단속 업무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과 관련 직렬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서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려는 법 개정이 추진되는 데 대해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개정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의료기관 등 마약류 취급업자 등에 감시와 단속 업무를 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등에 사법경찰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마약류 범죄 단속 등의 수사는 일반 수사기관 및 보건복지부 특별사법 경찰의 수사력으로 충분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의협은 "마약류 범죄 단속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할 법적 당위성이 없다"며 "예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특별사법경찰관리를 도입한다는 형사소송법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가진 독일, 프랑스 등의 경우 특별사법경찰 종류가 20~30개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50여 종에 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사법경찰관리 직무 수행 제도 운영 시 비전문적 형태 수사 및 특정 직역에 대한 과도한 간섭 권한으로 인한 공권력 남용, 과도한 실적 의욕 등으로 의료인 진료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 심의·현장점검 통해 수사의뢰 이미 진행"
또한 식약처는 2018년 마약류 취급보고 의무화 제도 시행 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 대한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은 의사의 셀프처방, 환자의 의료쇼핑 문제 등으로 인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지만, 이미 식약처는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마약류 의료쇼핑정보망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관리감독, 오남용이 의심되는 처방에 대한 심의·현장점검 등을 통해 필요 시 수사의뢰·고발조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단체는 "의료계 내에서도 프로포폴 불법 유통 등 사회적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행정처분 의뢰 및 고발조치의 제재를 가하는 등 엄중한 대응과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마약류 처방 단속을 위한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는 것은 환자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와 행정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우려다.
아울러 식약처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되며, 전문성이 결여된 수사 행위로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식약처가 특사경 제도를 도입한다면 감사와 단속 외에 단순 혐의 부인 등을 이유로 긴급체포·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며 "이는 영장 없이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사법경찰관리는 강제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등 관련 절차법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단속 과정에서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의사단체는 "식약처에 사법경찰권 부여는 초법적인 조사 권한 부여로 법리적 문제는 물론 행정편의주의적, 관료주의적 태도에 따른 강압적인 현지조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재차 역설했다.
양보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