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와 의료대란 사태를 계기로 물꼬를 텄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이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파격적인 결정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다만 제시된 방안에는 인두제, 약배송, 반복처방전 등 의료계와 약계가 민감해 할 만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어 즉각적인 실행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만성질환자 건강결과 개선을 위한 비대면 진료’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비대면 진료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입법조사처는 그동안 진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결과 등을 토대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현재 비대면 진료 방식은 화상이나 음성통화를 통해 환자 증상을 청취하고, 이에 따른 처방전을 발행하는 단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만성질환자의 생활습관 관리, 식단관리, 복약지도 등의 활동을 실시간 데이터 전송을 통해 관리하는 형태로 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환자들에게 단순하게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 외에 큰 매력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코로나19와 의료대란 사태 속에 비대면 진료 시장이 커졌지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이용자 증가와 관련 산업 발전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행위별 수가로 지불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수가를 인두제나 포괄수가제 형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의료진의 진료행위에 따른 보상이 아닌 환자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정액제 형태의 수가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비대면 진료 후 약배송까지 이뤄져야 서비스 완결성이 높아지는 만큼 과감하게 약배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진료는 비대면으로 하고 약은 대면으로 수령해야 한다면 비대면 진료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반복조제처방전, 즉 ‘처방전 리필제’였다.
처방전 리필제는 환자가 의사에게 받은 처방전을 사용해 추가로 의사 진료를 받지 않고 반복해서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단순 반복적인 처방약이 장기간 필요한 만성질환자의 경우 질환관리와 복약이행이 잘 된다고 판단될 경우 반복조제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법조사처는 “하나의 처방전을 활용해 약사가 조제할 수 있도록 하면 약사가 반복적인 복약상담을 통해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이는 약물치료 효과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처방전 리필제는 의료계와 약계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여온 사안이다.
약사들은 “처방전 리필제로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하는 반면 의사들은 약물 오남용 위험과 환자 상태 모니터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만,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처방전 리필제 유효기간을 적용 중이다. 단 향정약 등 특정 의약품은 제외된다.
입법조사처는 “지속적으로 동일한 약을 처방받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처방전 발행을 목적으로 병원 방문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비대면 진료를 통한 복약 이행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비대면 진료가 한 걸은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개선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의사를 포함한 전문가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대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