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발표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장장 1년이 지나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오는 3월 의대 신입생 입학 전까지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의적 전망은 여전한 모습이다.
전공의·의대생 반발 속 강행된 증원
정부는 지난해 2월 6일 오후 3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불과 1시간 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처음으로 ‘2000명’이라는 숫자가 언급된 직후였다.
당시 보정심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은 과도한 증원 규모와 일방적인 발표 일정에 우려를 표했지만, 다수의 정부 관계자와 수요자 대표들의 동의 속에 증원 규모는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대거 사직을 단행했고,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중 1만1732명(86.7%)이 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섰지만 오히려 반발을 키우며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의대생들은 동맹휴학을 선언해 강의실이 텅 비었고,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강행했고, 의대 증원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증원 규모는 확정됐다.
정부는 복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특혜'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른 의료시스템 붕괴도 잇따랐다.
의대생들은 지난해 2학기에도 복학하지 않으면서 결국 대다수가 휴학 처리됐으며 졸업생이 나오지 않아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도 예년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결과는 참담했고, 현재 진행 중인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역시 지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는 14일 치러지는 2025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수도 전년도 대비 20% 수준이다.
의료인력 이탈로 의료공백은 심화됐다.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3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에서 2조8898억원의 출혈이 생기며 지난해 건강보험 적자는 불어났다.
'2026년도 의대 정원 조정' 해결책 될까
의료계가 1순위로 요구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는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의정갈등을 해결할 명확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오는 2월 안으로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 및 확정해 신입생들이 입학하기 전까지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3월까지도 의대생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의대 교육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입시 일정상 2월 초까지 2026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늦어도 2월까지는 반드시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특정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의사인력 수급 균형뿐만 아니라 교육 여건과 각 대학 사정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의대 교육 부실화에 대한 우려 해소를 위해 2월 중으로 '의대 교육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월 취임한 김우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강력히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교육부가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이 사태 해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학점과 학년제 전환 등으로 빈축을 산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종합대책 역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정부는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까지 언급했지만, 현상 유지에 초점을 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내에서 의료계가 수용할 만한 전향적인 조정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 의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정부 입장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사실상 회피하고 있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정부 발표에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며 "이번에도 섣불리 기대하기보다 발표 내용을 확인한 후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