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최근 전 세계를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강타했다.
딥시크가 금년 지난 1월20일 공개한 추론용 인공지능(AI) 모델 'Deepseek-R1'은 미국 오픈AI(OpenAI) 'GPT-o1'과 유사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약 560만달러(약 81억원)이라는 훨씬 적은 학습 비용으로 구현했다고 공개해 주목받았다.
특히 연구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누구나 무제한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MIT 라이선스로 모델을 배포해 전(全) 세계 AI 전문가들과 산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27일 하루 만에 17% 급락해 시가총액이 무려 846조원이 사라졌다.
현재 AI 업계는 특정기업이 기술을 독점하기보다는 여러 기업 및 개발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지능 보편화 시대'에 딥시크가 제시한 길
딥시크 개발 핵심은 사람의 개입 없이 AI 스스로 학습 과정을 최적화하는 '강화학습 기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가공과 인건비 등 막대한 비용을 줄였으며 '전문가 혼합 모델(Mixture of Experts)'을 활용해 효율성도 크게 높였다.
거대한 데이터와 고성능 GPU를 많이 사용할수록 우수한 AI를 얻을 수 있다는 '스케일링 법칙'이나, 기존 모델에서 추출한 지식(데이터)을 다시 학습하면 오히려 성능이 저하된다는 통념을 극복했다는 측면도 의미가 크다.
그 결과, 딥시크는 초거대 AI 모델인 'V3', 추론에 특화된 'R1', 그리고 멀티모달 모델인 '야누스 프로'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성과에 의문도 제기된다.
딥시크가 공개한 학습 비용은 '최종 학습'에 국한된 것이며 실제로는 엔비디아의 고가 GPU를 대거 사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모델과 데이터를 기존 AI 모델에서 '증류(distillation)' 해왔다는 지적 등도 있다.
그럼에도 고성능 AI 모델의 '일반재' 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렸다는 점에서 업계와 증시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딥시크-R1 학습방식 공개와 MIT 라이선스 채택은 누구라도 유사 모델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상업적 사용과 커스터마이제이션 역시 제한 없이 허용, 적은 비용으로도 첨단 언어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고 있다. 이처럼 비용과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도입이 어려웠던 대부분의 분야에서 AI 활용 가능성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공포 아닌 기회' 지능형 AI, 의료분야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다만 안보나 의료 등 민감한 분야에서는 단순히 비용 대비 효율성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는 개발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 국가적으로 이점이 많다"는 입장이지만, 개인정보 과다 수집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국방부·외교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등 정부 부처는 2월 5일경부터 외부 네트워크에서 딥시크 접속을 제한했다.
호주, 일본, 대만, 미국 텍사스주 등도 정부 소유 기기에서의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는 앱 마켓에서 전면 차단했다.
그러나 딥시크가 채택한 MIT 라이선스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중에서도 가장 개방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렇게 공개된 기술을 막기 어려울 뿐더러 막을 이유도 없다.
이미 국내외 기업들은 각종 제품과 서비스에 AI 기능을 접목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용 컴퓨터에서 로봇·전기차 등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텍스트 이해, 코드 생성, 수학 계산, 추론 같은 AI 역량이 제품에 내장되기 시작하면, 모든 제품이 지능형 제품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의료기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능형 의료기기는 임상 워크플로우를 효율화하고, 의료진 업무 부담과 실수를 줄여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품질을 높일 잠재력이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자체 모델 개발이나 딥시크 모델 설치형(on-premise) 구축 등을 통해 '지능형 AI'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00년대부터 전(全)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기반으로 방대한 디지털 의료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뛰어난 의료 수준과 주민등록번호 기반 대규모 코호트 구축 가능성,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과 AI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AI 산업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
의료 분야는 국가별 제도·언어·관행이 달라 현지화 또한 필수적이므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의료뿐 아니라 의료산업 발전을 결정지을 것으로 사료된다.
지금이야말로 '지능 혁명' 물결에서 국내 임상의료 역량을 끌어올리고 의료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