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판매를 시작하자 약사들이 '입점 제약사 제품 불매'를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일양약품은 제품판매 닷새 만에 철수를 결정했고 이에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며 우려를 표명하는 등 약사회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건기식을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대웅제약은 예정대로 제품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종근당도 기존 계획인 3~4월 입점을 강행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 철수와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다이소는 지난 2월 24일부터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대웅제약과 일양약품 건기식 제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 가격은 3000원, 5000원 두 가지 균일가로 책정됐으며, 종근당건강도 3~4월 중 입점 예정이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으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약사들은 반발했다. 다이소 건기식 제품 판매 가격이 약국판매 제품과 비교했을 때 최대 5분의 1 수준이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 입점 제약사 의약품을 반품·불매하겠다고 경고했고,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은 지난달 26~27일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측과 면담을 가졌다.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유명 제약사가 수십년간 건강기능식품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유명 제약사의 이 같은 마케팅으로 인해 소비자는 생활용품점 유통 건강기능식품이 약국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처럼 오인하고 있어 약국에 대한 오해와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 압박하자 일양약품 다이소 철수…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제기
이 과정에서 일양약품은 면담 후 다이소 건기식 판매 철수를 결정하며 논란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거래법 제45조에 따르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거나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해선 안 되는데, 대한약사회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를 제한했다면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도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소비자단체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성분, 함량, 원산지에 차이가 있고 기존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판매해 가격 부담을 줄였다"며 "특정 직군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판매를 반대하며 제약사에 대한 보이콧을 예고했고, 결국 한 제약사가 건기식 판매 철수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명백히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라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이 공존하며 공정한 경쟁을 자유롭게 하는 시장 환경이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근당건강 판매 지속 결정…대웅제약은 미정
제약업계에서도 다이소 건기식 판매가 문제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건기식과 의약품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고, 기존에도 약국을 통해 판매되는 비중이 작았는데 다이소에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대웅제약의 경우 기존에 약국을 통해 건기식을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건강은 약국에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지만, 하루치 기준으로 가격을 따졌을 때 다이소 입점 제품과 약국 입점 제품의 가격, 성분 함량 등이 동일했다.
일양약품의 철수로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 향후 판매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근당건강 관계자는 "종근당건강은 건기식 전문 회사로 그동안 마트, 홈쇼핑, 온라인몰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이번 건도 유통 채널 중 한 곳이 더 추가된 것"이라며 "향후 판매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