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의 유급 최종 시한인 4월 30일이 지나면서 내년 1학기 강의실에 3개 학년이 동시에 입실하는 소위 '트리플링(Tripling)' 상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들을 유급 대상자로 확정키로 했으며 수강신청 제한, 학칙 개정 등 학사 운영 재편을 본격 검토 중이다.
교육당국은 각 대학이 유급 기준일로 설정한 지난달 30일까지 수업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재학생에 대한 유급 여부를 학칙에 따라 처리토록 했으며, 현재는 관련 자료 취합에 착수한 상태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공문을 통해 ▲유급 현황 ▲제적 현황 ▲학습권 보호 방안 ▲유급 사유 발생일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5월 7일까지 제출하라고 각 대학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 복귀율은 유급 시한 직전까지도 26%정도로 추계된다.
교육부는 지난 4월 29일 '의대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복귀 찬성 응답 비율이 56.7%라고 밝혔으나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상당수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대학, 수강 제한 등 학사 조정 논의
의대생들 집단 유급이 확정되면서 각 대학은 학사 운영 재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2024·2025·2026학번이 2026학년도 1학기부터 동시에 의예과 1학년 강의를 듣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강 신청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논의되고 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일부 대학에서 수강인원 제한 규정을 만들었"며 ""각 대학은 수강신청 제한을 비롯해 여러 규정 정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트리플링 시 수강 제한은 교육 여건 때문"이라며 "기존 100명을 가르치던 곳에 320명, 350명이 오게 되는 것인데 그들을 다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유급 확정에 따른 결원 규모와 향후 교육 여건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각 대학의 자료 제출이 마무리되는 오는5월 7일 이후 종합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급 인원 결손, 편입학 보완 방안 검토돼 추이 촉각
일부 대학에서는 유급 인원에 따른 결손을 편입학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추목된다.
대학의 편입학 충원 가능 인원은 부지·건물·교원 확보율·수익용 재산 등 4대 요건에 따라 1~6등급으로 나뉘며, 1등급일 경우 결손 인원을 전원 충원할 수 있고 6등급은 15%까지만 가능하다.
일부 대학이 의대 편입학 요건 완화를 교육부에 요청했다는 사실은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학사 유연화 가능성에 대해 "유급이라는 행정적 절차가 확정되면 학사 유연화를 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돌아올 수 없다. 이미 신분이 정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이사장도 "학생들은 성적사정위원회를 통한 유급 번복 가능성을 말하는 것 같은데 성적사정위는 F학점을 번복시키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F학점 확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단유급 사태가 단발성 학사 문제를 넘어서 의학교육 전반의 구조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내년 1학기에 3개 학번이 동시에 의예과 강의를 수강하게 되면, 교수 인력과 실습 자원, 강의 공간이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 곳곳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대학은 실습 일정을 분산하거나 이수 요건 조정을 논의 중이지만, 국가고시 응시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기에는 물리적 여건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학사 정비가 일시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년간 '트리플링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원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이번 사태와 유사한 학사 중첩이 구조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의대 본과 진입 후 실습 및 의사국시 준비까지 연쇄적인 혼선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