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정국 속에 공공병원·지방의료원 노사가 정원 준수, 전담간호사 제도화 및 불법의료 근절 등을 골자로 금년도 교섭을 시작했다.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최희선)는 "지난 7일 오후 영등포 생명홀에서 '2025년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 상견례'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상견례에는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 송금희 수석부위원장, 곽경선 사무처장을 비롯하여 부위원장, 지역본부장, 전국단일조직 지부장, 현장 지부장과 전임간부 등 노동조합 측이 참석했다.
또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녹색병원, 서울시 북부병원, 서울시 서남병원, 서울시 동부병원, 인천의료원, 서산의료원, 천안의료원, 충주의료원 등 기관 대표자와 국립암센터, 대한적십자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부평세림병원, 인천사랑병원, 금강아산병원, 신천연합병원 등 기관 관계자 100여명이 자리했다.
최희선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조기 대선에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며 "새로운 정권에서는 산적한 보건의료정책 문제와 산별교섭 제도화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시한 공공의료 강화 및 공공의대 설립, 주4.5일제 등의 공약을 언급하며 "올해가 주4일제로 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 상견례에 여느 해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올해 새로운 정권에서는 그간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노정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 측에서 교섭에 참석한 서길준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주4일제가 6월부터 실시된다"며 "이후 주4일제 병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기관과 노조가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독려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노조에서 대정부 요구안으로 사용자가 담지 못하는 부분까지 제출해줬다"며 "올해 정부와 소통하는 기회가 많길 기대하며 노사 합리적인 교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공병원 경영상황이 어렵지만, 최대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사용자 측 의지도 피력됐다.
김대식 천안의료원장은 "현장이 너무 어려워 매월 급여, 물품대 지급 맞추기에 정신이 없다"며 "기본에 충실하며 맡은 직무 성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표창해 서울시 서남병원장은 "올해도 경영상황이 만만치 않다. 노사가 바라는 것은 비슷하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나은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개혁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됐다. 윤창규 충주의료원장은 "의료개혁은 의사 인원만 늘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의료수가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이 너무 어렵다. 각 병원 운영이 원활해야 안정된 직장이 된다.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평원 서울시 동부병원장은 "공공병원 모두 어렵고 코로나19 이후 막중한 책임감과 휴유증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병원 경영도 빨리 회복하고 공공의료도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비정규직 노동조건 상향 조정·주4일제 참가 사업장 지원 등 요구
노사는 매주 수요일에 만나 교섭을 이어가기로 합의하고 의료기관 특성별(지방의료원, 특수목적 공공병원, 민간중소병원 등)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사측에 대한 주요 요구로 ▲적정인력을 고려한 정원 마련과 준수 ▲전담간호사(진료지원인력) 제도화 및 불법의료 근절 ▲상시⋅지속 업무와 생명⋅안전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 등 비정규직 노동조건 상향 조정 등을 내걸었다.
또 ▲노동조건 개선으로 주4일제(주32시간제) 시범 사업 시행 ▲표준생계비 확보와 생활임금 보장, 총액 대비 6.9% 임금 인상(기본급) ▲2025년 보건의료산업 최저임금 1만2930원(지방자치단체 생활 임금 고려) 등을 제출했다.
대정부 요구의 주요 내용은 ▲9.2 노정합의 이행 및 사회적 대화 강화 및 산별교서 제도화 ▲의사인력 확충 및 확보된 의사의 공공⋅지역⋅필수의료 분야 우선 배치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보건의료인력원 설치 등이다.
이어 ▲주 4일제 참가 사업장에 대한 지원 등 노동조건 개선 방안 ▲공공의료 확충과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 ▲공익참여 의료법인 제도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80% 수준으로 상향 ▲의료민영화 정책중단 등도 포함시켰다.
노조는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7월 8일 동시 쟁의조정 신청을 거쳐 7월 24일 산별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노조가 계속 시도해 온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와의 '노동기본권 교섭'은 하반기에 집중해 전조직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