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국 의대생 8305명을 '유급', 46명을 '제적' 대상으로 확정하면서 관련 행정 조치가 일단락됐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갈등이 오히려 새로운 국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수업 참여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동일 학년 내 복수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과 편입학 충원 등 구조적인 혼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7일까지 각 대학에서 제출받은 유급·제적 명단을 바탕으로 9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재학생 1만9475명 중 유급자는 8305명(42.6%), 제적자는 46명(0.2%)으로 집계됐다. 1개 과목만 수강 신청해 사실상 복귀하지 않은 학생은 1389명(7.1%)이며, 실제 수업 참여 인원은 34.4%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복귀가 이뤄졌지만 각 대학은 여전히 학사 운영 부담을 안고 있다.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유급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학년별 진급 시기 조정과 수업 재배치가 동시에 필요해졌다.
특히 2024학번과 2025학번이 대거 유급되면서 2026학번 신입생과 함께 한 강의실에 들어가야 하는 '트리플링' 상황은 다수 대학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자퇴나 제적으로 생긴 결원을 각 대학의 편입학 제도를 통해 충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편입생들이 상급 학년에 편성될 경우, 고학년 임상 실습 과정에서 교육 편차나 운영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학생 간 갈등도 불가피하다. 조기 복귀자와 유급자, 제적을 피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불신이 누적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유급자와의 분리 수업을 요구하거나 수강 우선권 조정을 둘러싼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대학은 2026학번 신입생에게 수강 우선권을 주는 학칙 개정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신입생 수업권 보장 원칙을 세웠지만, 3개 학번이 같은 학년에 존재하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교수 인력, 강의실, 실습 시설을 동시에 확장하지 않으면 운영이 불가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수도권 의과대학 교수는 "유급자와 신입생, 편입생까지 한 강의실에 모이면 단순히 시간표를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 교수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교육의 양과 질이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부 학생들의 반발 기류도 여전해 유급 또는 제적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을지대 의대 본과 1학년 학생 41명은 성명서를 통해 "40개 대학 그 어느 학우의 비가역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적자 발생 시 집단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발표로 실제 제적 대상이 확정되면서, 추가 성명이나 조직적 행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같은 날 교육부 고위 관계자 2인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의대협은 학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각 대학에 부당한 압박을 행사했다며, 휴학원 반려, 제적 지침 강요 등을 고발 사유로 들었다.
교육부는 유급·제적 확정 이후에도 “정상적인 학사 운영과 수업 권리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교육 복구보다 학사 재조정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2학기 수업 구성과 내년도 편입학 일정, 신입생 수업권 보장 등 후속 과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의대 갈등은 새로운 형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