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금을 노리고 불필요한 백내장 수술을 유도하고 허위 서류를 발급했다며 보험사가 안과 원장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 항목 가격을 정할 때 보험사 손익을 고려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민사부(재판장 김소영)는 지난달 16일 A보험사가 B안과 원장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유지하며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A보험사는 "서울 강남 소재 B안과가 지난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10여 명의 환자에게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한 뒤 실손보험 청구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치료가 필요 없는 이른바 '생내장' 환자에게도 시력을 교정하는 목적으로 시술을 시행하고 이를 백내장 치료인 것처럼 허위 진단서·입원확인서를 작성, 보험금을 타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이 비급여 항목인 치료재료비를 과도하게 책정해 환자에게 청구하고, 해당 진료비로 보험금을 신청하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보험사는 이 같은 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총 9600여 만원을 손해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보험사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안과 의료진이 '생내장' 시술을 하고도 마치 백내장 치료 목적이었던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수술 전에 세극등현미경 검사 등을 통해 백내장 여부를 진단한 사실은 진료기록부에 기재돼 있으며, 실제로 환자들은 수술을 받았고 진료비를 납부한 정황이 확인됐다. 검사 당시 촬영 영상이나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허위진단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해당 사안은 형사 고소도 진행됐으나, 수사기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1심 재판부는 또한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보험혜택이 있다는 설명을 했더라도, B안과 측이 백내장 진단이 없는 환자에게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보험사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 "비급여 가격, 보험사 이익 고려해서 정할 의무 없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취지로 보험사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A보험사 측은 항소심에서 "일부 환자는 통원치료를 받았는데도 입원한 것처럼 진료서류를 꾸몄다"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환자들이 B안과에 입원해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이상 진료비 내역서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볼 수 없고, 환자 중 일부가 실제 입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치료재료비 과다청구 주장에 대해서도 "B안과 측이 청구한 금액은 서울 지역 인공수정체 평균 가격 범위 안에 있어 부풀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통계에 따르면 해당 시기의 인공수정체 가격은 160만원에서 581만원 사이였고, B안과 측이 청구한 480만원대는 이 범위 내였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항목 가격을 정할 때 실손보험사 이익이나 부담을 고려할 법적 의무는 없다"며 "환자에게 실질적 진료행위가 있었고, 그 진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이 청구된 이상 위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보험사가 주장하는 손해는 실손보험 계약 체계상 수용 가능한 범위 내 손실"이라며 "B안과측 행위가 공동불법행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험사 청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모두 기각됐으며 소송비용 역시 A보험사 측이 부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