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의료계가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9일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경찰 폭언 및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기 위해 대전유성경찰서를 방문,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새벽 대전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은 119 구급대의 자살을 시도한 일산화탄소 중독환자 수용 문의에 동일한 중증환자 처치로 수용불가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무작정 해당병원으로 환자 이송을 강행하고 환자분류소에서 의료진에게 "호흡기내과 호출하라", "당직교수를 나오라 해라' 등 폭언과 진료방해 행위를 했다.
의료진이 수용불가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진료거부'라며 법적 책임을 운운하고 형사입건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과 공권력 남용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병원 상황을 무시한 경찰의 폭언과 형사처벌 압박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 처치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부당하게 감정노동과 정신적인 압박을 받았고, 이는 환자 치료 지연에 따른 심각한 안전의 위협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당 경찰과 책임자의 진정한 사과와 공권력 남용 및 의료진에 대한 부당한 행위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경찰의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태도 및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이 같은 응급실 수용 강요와 응급의료진에 대한 협박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4가지 요구사항을 별도로 제시했다.
△해당 경찰관과 책임자의 공식사과 △철저한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경찰 대상 응급의료법 및 의료현장 이해 교육 △응급의료진 전문적 판단 존중 문화 정착 등이다.
의사회는 "응급실의 진료 결정은 환자 상태, 치료 자원, 병상 상황 등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무시한채 무조건적인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이며, 어떠한 이유에서도 응급실 의료진을 협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응급환자 수용을 위한 인프라 개선이나 투자와 같은 근본적인 노력 없이 단지 응급실에 강제 수용만을 강요한다면 의료진은 법적 처벌을 받게될 게 자명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무조건 수용을 추진할 경우 의료진은 응급의료 현장을 떠나고 결국 응급의료체계는 붕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