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과대학에서 복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와 대학은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학생들은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며 수업에 참여하거나 방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당국은 형평성과 학칙 준수를 이유로 제도적 유연화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지난 달 30일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의대생 학사 유연화 문제에 대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러 의견을 듣고 고민해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대학들은 여전히 학칙에 따른 운영 원칙을 고수하며 학사 유연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이자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26일 대교협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수도권에 있는 대학 중에는 학생들이 돌아와서 수업을 듣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아직 학생들이 대학에 공식적으로 어떤 제안을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양 총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복귀를 해야 한다는 논의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 4월 이전하고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의대 교육은 반드시 정상화돼야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물꼬는 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학사 운영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아직 40개 의총협 총장들이 결의한 '학사유연화는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면서도 “의대교육 정상화는 대학의 분명한 요구이고 또 대학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복귀한 학생들이 있는 만큼 늦게 돌아온 학생들과 동일한 학사 일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총장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복귀 분위기의 변화는 학생들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22일 대한의료정책학교 주최 간담회에서는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대생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7월 안에는 다 돌아가야 의대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결국 학사 유연화 조치가 필요하다", "본과 4학년은 학사 유연화 조치가 있더라도 당장 9월부터 의사 국시 실기를 보고, 내년 1월에 필기를 봐야 하므로 일정이 늦춰지면 수업을 듣는 의미가 없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복귀 흐름은 일부 대학에서 실제 움직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은 제적 예정이던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허용하며, 지난 23일부터 이들이 청강생 신분으로 강의에 복귀했다.
일부 언론은 차의과대가 복귀 학생들의 진급 문제에 대해 교육부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차의과대 측은 "해당 학생들은 청강생 신분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진급 과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해당 학생들의 복귀 및 학사 유연화에 대해 논의한 바 없으며, 올해는 학칙에 따라 학사를 운영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차의과대 사례를 포함해 다른 대학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의대생들의 학사 유연화 요구에 대해 "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 갈등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치권을 포함해 모두가 협력해야 하며, 교육부는 새 정부의 의대 관련 정책 방향에 맞춰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복귀 기류가 일부 대학에서 가시화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변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교육부와 대학은 여전히 '학칙에 따른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학사 일정과 진급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복귀가 점차 현실화돼도 모든 학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0일 출근길에 전공의 복귀 특례 검토 여부와 관련해 "전공의가 9월에 모집 예정이라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며 "업무 파악을 해보고 전공의들 의견을 살펴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잘 검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