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복귀 학생들을 겨냥한 혐오 표현이 수업 중 등장, 학교가 징계 절차 착수를 예고했다. 의대 수업 정상화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복귀자를 향한 조롱과 배척이 공식 강의 시간에도 나타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차의과대 의전원 1학년 대상 '좋은 의사 지향하기' 수업에서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감귤짓 안 하는 의사', '배신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의사', '동료를 버리지 않는 의사', '수업을 먼저 듣는 의사' 등이 게시됐다.
'감귤'은 의대생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병원이나 학교에 남거나 먼저 복귀한 학생을 조롱하는 은어다.
차의과대는 지난달 제적 예정이던 학생들에게도 수업 참여를 허용해 이들은 청강생 신분으로 강의에 복귀한 상태다. 이번 표현들은 청강생들이 지난 5월 복귀 시한 내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 "공동체 해치는 표현으로 판단, 이달 2일까지 사과문 제출"
학교 측은 이런 표현이 공동체를 해치는 혐오 발언으로 판단해 작성 학생들에게 실명과 자필로 작성한 사과문을 2일 오후 4시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과문에는 책임 인식, 공동체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의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도 담겼다.
학교는 "사과문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을 확인해 학생지도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의전원장은 지난 1일 공지를 통해 "차의전원 학생 간 가해 및 피해 상황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며, 관련 학생들은 학생지도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더불어 "학생 간 상호 존중, 표현 책임성, 피해자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단호하고도 교육적인 방식으로 이 사안을 끝까지 책임 있게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대생 복귀가 화두가 된 가운데 학생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차의과대 내에서는 최근 3학년 학생들이 복귀한 2학년 후배들에게 "수업에 참여하지 말라", "시험까지 보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협박성 언행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는 특정 학생에게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식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학년 학생 14명은 해당 선배들과 학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 사안은 교육부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도 신고됐으며, 교육부는 학교 측에 엄정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18건 의대 내 수업 방해·괴롭힘 사례를 수사기관에 의뢰하며, 학내 폭력과 차별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은 먼저 복귀한 학생들과 뒤늦게 돌아온 학생들, 아직 복귀하지 않은 학생들 간 갈등이 단순한 학사 문제를 넘어 학내 공동체 균열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학교와 교육당국은 단순히 혐오 발언을 징계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 간 불신과 배척 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화와 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갈등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두면 학생들 마음에 상처만 남을 수 있다"며 "징계도 필요하겠지만 학교가 갈등을 풀 방법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