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의료환경 변화로 병원약사들이 역할 확대를 모색 중인 가운데 중환자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병원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의 환자들은 작은 투약 오류에도 매우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약사를 중환자실 전담인력으로 포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의료전달체계 변화와 병원약사 역할 강화 : 국민 약물치료 안전과 중증·중환자 관리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김윤 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병원약사회가 주관했다. 

정경주 한국병원약사회장은 인사말에서 “중환자 안전과 치료 질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인력 배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문 지식을 가진 약사의 의약품 사용 중재, 적정 용량 등에 대한 자문 역할은 중증 치료의 질을 높이는 핵심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전문약사들은 현재도 다학제 팀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중환자실 전담 약사 배치 근거가 부족하고 수가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중환자실 등급제 항목에 약사 인력을 포함하고 중환자실 약사에 대한 수가를 지원하면 병원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중환자실을 지키는 중환자의학과 교수들도 병원약사를 중환자실 전담인력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공감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前 회장) 지난 28년 간 중환자실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병원약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서 교수는 “중환자실은 가장 위중한 환자를 모아놓고 집중적 감시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곳이다”며 “고령환자, 복잡한 기저질환, 주요 장기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 등이 많아 자그마한 투약 오류에도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최적의 중환자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력, 공간, 시스템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임상약사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 참여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서 교수 지적이다. 

선진국과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중환자실에 특화된 약제 서비스와 자문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영국은 모든 중환자실은 지정 약사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상약사 중환자실 참여, 환자들 최적의 치료 결과 위해 매우 중요”

이에 서 교수는 “임상약사 중환자실 참여는 환자들의 최적의 치료 결과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과거 수직적 구조와 달리 지금은 여러 전문가 도움을 받으며 진료하는 게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영 중앙대병원 중환자진료센터장(대한중환자의학회 총무간사) 역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부터 전임의 과정을 수련할 때 의지했던 병원약사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중환자 의사라고 해도 환자를 많이 진료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며 “환자마다 신기능, 투석 여부 등이 다르고 신기능과 간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약물을 같은 용량으로 주지 않는다. 작은 실수에도 환자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빅 5병원과 달리 다른 병원은 지원 수가가 있어야 약사를 중환자실 전담인력으로 포함시켜 주는 측면이 있지만, 중환자실 전담약사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며 “어느 병원이든 전담의가 있어야 하듯 전담약사도 있어야 중환자실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현실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담인력을 규정하게 되면 병원 부담이 늘거나 약사 인력이 오히려 병원이 아니라 약국으로 향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중환자실 인력 기준에 대해 강화 필요성이 있는지 전문가와 논의하고 해외사례를 참고해 검토하겠다”며 “시설·인력 등 기준에 대한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형식을 취해야 인력 수급이 자율적으로 잘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