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으로 무너진 의료 재건 원년"
김택우 회장·이성규 회장 등 의료계 리더 한목소리 '호소'
2026.01.08 12:02 댓글쓰기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열린 대한의사협회 신년하례회에서 의료계 리더들은 지난 2년간 이어진 의대 증원 사태 후유증을 수습하고, 2026년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재건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과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 등이 참석해 의료인력 수급 추계 및 교육 현장 붕괴 우려, 군(軍) 의료 공백, 진료실 안전 문제, 건강보험 재정 위기 등 의료계가 당면한 핵심 과제들을 쏟아냈다.


또 여야 의원이 9명 참석해서 의료계 현안 해결에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한지아, 김예지, 서명옥 의원이 참석했으며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영교, 김윤, 서명옥, 박희승 의원이 함께 했다. 


김택우 회장 "성급한 의대 증원 후폭풍…교육·재정·군 의료 '3중고' 직면"


김택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년 전 강행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절차적 문제점을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외국은 의사 수 추계에 50여 가지 변수를 대입해 6년에 걸쳐 신중히 결정하는데, 우리는 불과 5개월 만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다"며 "의료는 불확실성이 강해 예측이 어렵고 리스크가 큰 분야인 만큼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본격화될 '교육 대란'을 가장 큰 위기로 꼽았다.


김 회장는 "24학번과 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듣는 '더블링' 현상으로 인해 교수들이 감당 불가능한 교육 환경이 조성됐다"며 "공급(의사)이 늘어나면 수요(의료비)도 늘어나는데, 2040년 추계위 모델로 건보재정 240조원, 2060년 700조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 러시에 따른 '군(軍) 의료 시스템 붕괴'도 경고했다.


김 회장은 "의료 사태 여파로 학생들이 현역병으로 대거 입대하면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이 바닥을 쳤다"며 "국군수도병원장과 의무사령관조차 '이대로면 군 의료가 망가진다'고 우려하는 상황인 만큼 공보의·군의관 복무기간 단축 등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진료실 안전 문제와 필수의료 기피 현상, 그리고 사법 리스크 해소도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이천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을 언급하며 "의사들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5~10년 후 수술할 의사가 없어지는 사태를 막으려면 사법 리스크 해소가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비상진료 끝났지만, 병원계 한계 봉착"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병원계가 처한 경영 위기와 의료 전달체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비상진료체계로 일단락은 됐으나 현장은 인건비 상승, 의사 인력 수급 난항, 필수의료 지역 위기 등으로 한계 상황"이라며 "저출산과 의료 양극화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병원 경영과 의료체계 전반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무한 경쟁과 비효율'로 규정했다.


이 회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필수 분야에는 의료 공백이 생기는 반면, 병상과 장비에는 과잉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경쟁보다는 조화와 분담의 합리적 틀 안에서 의료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회장은 "경증 진료에 대한 무분별한 혜택을 줄이고 필수·중증 의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건보 재정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미봉책이 아닌 대수술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사법 리스크 해소와 적정 보상은 지역·필수의료 위기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붉은 말의 해(병오년)를 맞아 정부, 국회, 의료계가 책임을 나누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도약의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장관 “지금이 의료개혁 마지막 골든타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해에는 의료계와 정부가 합심해 필수의료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특히 정 장관은 지금을 의료개혁의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하며,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책이라도 도입해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정 장관은 "지난 한 해 우리 보건의료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뇌와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며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 과정에서 남은 상처가 가볍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통의 사명감이 있었다"며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해준 의료진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의료계를 위로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 심각...지역의사제·특별회계 추진"


이날 정 장관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급증과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언급하며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고, 농어촌은 1차 의료마저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특별회계 조성 ▲지역의사제 도입 ▲필수의료 적정 수가 보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국립대병원과 공공의료기관 육성을 통한 공공의료 강화 계획도 재확인했다.


정 장관은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의료계의 참여와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선의 방안이 실행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이라도 시작해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이라며 "정부도 소통하고 경청하며 합리적인 개혁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료계 헌신 감사, 입법·예산 뒷받침" 약속


2026년 대한의사협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2년간 의료계가 겪은 혼란과 고통에 깊은 공감을 표하며, 입법과 예산 지원을 통해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해가 될 것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 의대증원으로 유발됐던 정부 정책의 미비점을 인정하며,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시간 정부와 여당이 부족하고 잘못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몸을 낮추며 "의료계의 절절한 말씀을 잘 알고 있다"고 위로했다.


특히 의료계의 민감한 현안인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도입과 관련해 "법사위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했다. 


김예지 의원은 자신을 '장애인 인권 외에도 의료계를 위한 입법을 진행했다“며 "면허 취소 관련 입법과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책적 언어가 아닌 생명의 언어가 입법부를 통해 국민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사들 고충 이해, 현안 지원… 추계위 결과 존중 당부"


더불어민주당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법안 추진 현황을 공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서영교 의원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의사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법적, 예산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법사위 위원들이 대거 참석한 만큼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전현희 의원은 과거 의협 법제이사 활동 등 인연을 강조하며 "정부와 협의해 현안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은 "올해는 의료대란 상처를 딛고 회복하는 전화위복 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기구인 만큼 그 결과를 존중하고, 실현 가능한 안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뿐만 아니라 필수의료법, 응급의료체계 정상화법, 의료분쟁조정법 등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사법적 부담을 해소하고 지역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배우자가 소아과를 운영한다고 밝힌 박승원 의원 역시 "의료 현장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소통을 약속했다.


이주영 "전공의 없는 행사 안타까워… 자유 의지와 명예 지켜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2년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제네바 선언의 '자유 의사로서의 명예'를 언급했다. 또 전공의들이 참석치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전공의 대표와 노조위원장이 참석할 수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그들의 시간을 지켜주지 못하면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배 의사들을 향해 "다음 세대 의사들을 챙겨달라. 여러분이 챙기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며 무너진 의대 교육과 수련 환경에 대한 원로들의 관심을 강력히 호소했다.


또한 정부를 향해서는 "전문가 집단을 옥죄면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며 "의사들의 자유 의지와 명예를 지켜주는 정책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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