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다가오는 2월 말부터 호남 지역을 대상으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응급의료 현장 의사들이 이를 "현장을 무시한 졸속 행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현장 준비가 전무한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호남지역 응급이송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응급의사회 "실행 동력 없는 탁상행정"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마련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월 말부터 5월까지 광주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지역에서 새로운 이송체계를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중증응급환자(Pre-KTAS 1~2등급) 이송 시 광역상황실이 병원 선정의 주도권을 갖는 것이다.
구급대가 개별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묻는 일명 '전화 뺑뺑이'를 없애기 위해, 상황실이 수용 능력을 확인해 병원을 선정하고, 골든타임 내 병원 선정이 지연될 경우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강제로 환자를 이송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사회는 이 같은 계획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계획은 재정적 뒷받침(예산)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준비), 현장 의료진과의 사전 협의가 전무한 '3무(無)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의 실상과 동떨어진 채, 단순히 환자를 병원에 빨리 밀어 넣는 방식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책임은 병원에 전가하면서 법적 보호장치 전무"
의사회는 이번 시범사업이 사실상 '응급실 던지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정부 안은 광역상황실이 지정한 우선수용병원이 환자를 받아 응급처치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 의사회는 "환자를 적정한 치료 대책 없이 응급실에 진입시키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방치'"라고 규정했다.
특히 의사회는 현장 응급의료진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수용 역량이 없는 병원에 환자를 강제 배정할 경우 의료진의 법적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의료진 이탈과 응급의료 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지방선거 앞둔 정치적 쇼" 의혹 제기
시범사업 시기와 대상 지역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의사회는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민감한 시점에, 왜 하필 호남지역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며 사업의 배경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응급의료는 결코 선거를 앞둔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는 정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이형민 회장은 "현장 목소리를 묵살한 채 강행된다면, 회원들 시범사업 참여 거부는 물론 광역상황실 근무 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현장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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