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영상의학 전문가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정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MRI(자기공명영상) 장비 운용에 필수적인 '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규정을 없애는 것은 의료 질(質) 저하로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정책 재고를 촉구했다.
학회는 개정안이 보건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선의에서 출발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책 수혜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우선 MRI 접근성 강화가 가져올 '동전의 양면'을 경계했다. 장비 설치 문턱이 낮아지면 국민 편의가 증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필요한 검사 남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학회 측은 "현실은 불필요한 검사 증가로 인해 국민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민간의료기관 위주 국내 의료전달체계 특성상 이번 규제 완화가 정부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원들이 수익성을 좇아 흑자가 보장되는 도시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MRI를 도입할 게 자명해 정작 필요한 의료취약지 장비 도입이라는 당초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논란은 '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규정 삭제다. 학회는 MRI를 단순한 촬영장비가 아닌 고도의 전문성과 지속적인 품질 관리가 필수적인 '정밀 의료영상검사'로 정의했다.
학회는 "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의무화는 환자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며 "이를 없애는 것은 국민 건강 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문의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급 문제는 오랫동안 복지부의 통제하에 기획된 결과물인 만큼, 기준을 낮출 게 아니라 전문의 배출을 늘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회는 오히려 지금은 MRI 관리를 느슨하게 할 때가 아니라 더욱 고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MR 의학물리학자'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고가의 진단 장비를 보다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영상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학회 관계자는 "학회는 MRI에 대한 관리 노력을 증대하기 위해 의학물리학자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관리에 더 힘써야 할 시점에 무분별한 장비 도입 증대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정책은 수정됨이 마땅하다"며 "입법의 파장을 예상하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론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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