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삼성서울병원…노란봉투법 ‘시험대’
하청업체 노조, 협상 대상자로 ‘박승우 병원장’ 지목…경영진 결정 주목
2026.03.20 06:03 댓글쓰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본격적인 시행 궤도에 오르면서 병원계에 흔치 않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서울병원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요구받게 됨에 따라 향후 의료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보건의료노조 새봄지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인 지난 17일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한 주요 대형 병원을 대상으로 교섭 단위 분리 및 집단교섭 신청을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원청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 해석한 취지를 현장에 적용하려는 병원 노동계의 첫 번째 집단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보건의료노조 새봄지부는 병원 내 미화, 이송, 세탁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과 고용 안정을 목표로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현재 고려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이화의료원 등에서 활동하며,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과 원·하청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관심이 쏠렸던 지점은 삼성서울병원 운영자인 협상 대상자 명시 여부였다. 노조 측은 서정돈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아닌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을 협상 대상자로 지목했다. 


새봄지부 핵심 관계자는 “박승우 병원장이 운영 및 인사 노무 전반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며 협상 대상자 명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교섭의 이면에는 병원 내 미화, 이송, 세탁 등 필수적인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고용 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노출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등 삼성서울병원과 유사한 규모 사업장에서는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 승계와 퇴직금 지급 문제로 노사 간의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새봄지부는 지난 2025년 1월 원·하청 공동책임 촉구 기자회견에서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 및 근로조건,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1년 미만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방안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원청인 병원이 도급 계약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노동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에는 새봄지부가 존재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는 별도 지부가 없다. 삼성서울병원에는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이송요원들로 구성된 일부 노조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 면에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무노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실질적인 ‘간접고용 규모’ 주목


병원 측이 공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자료와 실제 현장 인력 규모 사이 괴리 역시 향후 교섭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023년 공시 기준 삼성서울병원 임직원 수는 약 6993명으로 이중 계약직은 1164명으로 기재됐다. 다만 노조 측은 공시에서 누락된 협력업체 간접고용 인력이 상당수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서울아산병원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규모를 고려하면 유사한 수준의 인력이 근무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이들이 간접 노동자들이 병원 전산시스템과 직접적인 지휘체계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병원의 사용자성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 대다수 주요 병원들은 사용자성 판단을 법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주시와 인천 지역의 일부 의료기관이 이미 노조의 교섭 신청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대형 병원들의 교섭 거부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지방 의료기관에서 시작된 변화 바람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노조는 향후 교섭 신청을 한 병원들이 끝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23일 공동파업에 돌입한다는 강경한 로드맵을 확정한 상태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8년간 쌓여온 병원들의 원·하청 간 책임 회피 사례를 수집해 구체적인 요구안까지 마련한 만큼, 투쟁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이에 이번 교섭이 삼성서울병원의 무노조 경영 기조 변화와 국내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수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노란봉투법이라는 새로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어떠한 경영적 결단을 내릴지 의료계와 노동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새봄지부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소속 정규직 지부가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정규직 노조가 없어 간접고용 노동자들 목소리를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교섭 결과가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 처우 개선을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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